미용재료 도매로 연매출 1천500만弗…청년 인턴 10명 채용
"폼나게 일하며 성공 바라면 안돼…궂은일도 마다 않아야"
(제주=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모국 청년을 채용하고 싶어도 뷰티서플라이(미용재료) 분야는 일이 힘들다고 기피합니다. 정장 입고 책상에서 깔끔하게 일하며 성공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궂은 일도 마다 않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재미기업인 '참봉'의 허순범(63) 회장은 6일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겪는 한국 청년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다 보면 때론 제품 포장 박스를 풀어 진열하거나 창고업무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자기 일을 완벽하게 파악하려면 몸 쓰는 현장업무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보탰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미용재료 도매회사를 운영하며 1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그는 업계에서 '세일즈의 전설'로 불린다. 1980년대 후반부터 트럭에 미용재료 등을 싣고 미국 전역을 누비는 방물장사로 시작해 지금은 뉴저지주에 대형 매장을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참봉'(參奉)'은 조선시대 종 9품의 말단 관직이다. 이민 초기 자신의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을 지켜본 동료들이 '허참봉'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나중에 창업하면서 회사 이름도 참봉으로 지었다고 한다.
5년 전부터 매년 2명의 한국 청년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는 허 회장은 월드옥타의 '1회원사 1모국청년 채용' 캠페인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일"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시야를 넓혀주려고 매년 인턴사원을 월드옥타 뉴욕지회가 주관하는 차세대무역스쿨에 보낸다"며 "다녀온 청년이 도전정신이 생겨 인턴을 마친 후 정식 취업에 도전하거나 현지 대학(원) 유학길에 오르는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업계 마당발인 허 회장은 모국 청년을 채용해 본 한인 기업들이 서울 주요대학보다는 지방대학 출신을, 부유층 자녀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청년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이유는 "업무에 더 적극적이고 성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급여를 받는데도 부모로부터 송금받아 여행과 쇼핑에 나서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대부분 잘사는 집 자녀다. 개인 사정이니 뭐라 할 수 없지만 그만큼 일에 대한 절박함이 없어서 기업도 곧 떠날 사람으로 인식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자수성가한 1세대들의 고민이 자손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일이라는 말도 했다.
"60~70대인 1세대는 지금도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주말에도 일하지만 2세대는 모두 9시 출근 5시 퇴근을 칼같이 지킵니다. 억척스럽게 일하면서까지 회사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인데 비즈니스는 성장이 멈추면 바로 도태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모르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창의적이고 글로벌하다. 여기에다 1세대의 경험과 끈기가 더해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거상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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