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모 등 1만4천명 태웠던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 벌리 스미스 씨 거제 방문
흥남철수작전기념비 참배, 피란선서 태어난 5명 중 '김치1·5' 손양영·이정필 씨 만나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다시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가 '김치1'입니다"
"아, 당신이 가장 먼저 태어났던 김치1이군요. 매우 건강해 보여 기쁩니다"
68년 전 흥남철수작전 때 북한 피란민을 태웠던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5명의 아기 중 가장 먼저 태어나 '김치1'으로 불렸던 손양영(68) 씨는 6일 당시 빅토리호의 선원이던 미국인 벌리 스미스(89) 씨를 보자마자 그를 얼싸안았다.
그는 스미스 씨를 만나려고 이날 새벽 5시 30분 서울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을 거쳐 경남 거제까지 내려왔다.
'김치5'였던 이정필(68) 씨도 '웰컴'을 연발하며 스미스 씨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했던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원이던 스미스 씨가 6일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흥남철수작전기념비를 방문했다.
크루즈 여행 중인 스미스 씨는 전날 부산항에 도착,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부인과 딸 등 가족과 함께 기념비를 찾았다.
흥남철수작전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하던 국군과 미군이 약 10만 명의 피란민을 경남 거제도로 이송한 작전을 가리킨다.
빅토리호는 흥남에서 출항한 마지막 배였다.
당시 빅토리호는 군수물자를 모두 버리고 피란민 1만4천 명을 태웠다.
스미스 씨는 손양영·이정필 씨 등 흥남철수작전 생존자들과 반갑게 인사한 후 기념탑에 헌화했다.
이어 피난민 구출에 노력한 빅토리호 선원 등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영령들을 추모했다.
그는 한미 양국 유대의 상징이라며 미국 국회의사당에 걸려 있던 성조기와 자신의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기(市旗)를 거제시민들에게 전달했다.
이 성조기는 플로리다 출신 마르코 루비오 미 연방 상원의원이 "한미 양국의 유대를 강화하고 흥남철수 피난민들과 '기적의 배'로 불린 빅토리호를 기억하는 상징이 되길 희망한다"며 스미스 씨를 통해 거제시민에게 전달한 선물이다.
스미스 씨는 "당시 미국은 가능한 많은 피난민을 데리고 내려오도록 노력했고 피난민들은 아무런 혼란 없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거제도 주민들에 대해서는 "12월 추운 날씨에 음식과 옷이 부족했는데도 북한 동포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빅토리호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들었다"며 "제가 보낸 편지에 문 대통령이 답장을 보내줘 놀랐다"고 말했다.
스미스 씨는 지난 1월에 자신이 여행 중에 한국에 들른다는 소식을 담아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2월에 보낸 답장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이었던 귀하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짧은 일정임에도 나의 고향 거제도를 방문해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념관을 보신다니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스미스 씨를 비롯해 '씨맨십(seamanship, 항해술)'을 가진 훌륭한 선원들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님이 거제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 국장이 나를 대신해 귀하와 일행분들을 맞을 계획"이라며 "일정이 허락하면 오찬도 대접하고 거제에서 흥남철수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보훈처는 이날 거제도를 방문한 스미스 씨 일행을 정중히 안내했다.
현재 흥남철수 작전 당시 빅토리호 승선원 중 생존자는 스미스 씨를 포함해 3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빅토리호 생존 승선원 중 한 명인 로버트 루니 씨를 만나 감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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