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 70편 모아 '순례자의 은빛나무' 전시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사진 찍는 것과 명상은 공통점이 많아요. 둘 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거기에 집중하면서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본질을 통찰하게 되죠. 탐색하는 대상이 외부로 향하느냐,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명상 수행 보급에 힘써온 인경 스님(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62)이 지난 10여 년간 찍은 사진과 시를 모아 책을 펴내고 첫 전시회를 개최한다.
'순례자의 은빛나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는 책에는 스님이 찍은 사진과 직접 쓴 시 각각 100편이 실릴 예정. 이 가운데 각 70편을 골라 오는 16~25일 종로구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사진 동아리 '오빠네 사진관'에서 활동하면서 사진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인경 스님은 "사진을 찍으면서 자연에 대한 인식을 더 깊게 할 수 있었다"며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눈으로 본 세상과 달라 경이롭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외적 현상에 대한 탐색이고 명상은 내면으로 향한다는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공통점이 많아요. 일단 대상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사진은 외부 피사체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고, 명상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고 없어지는 흐름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다음 호흡을 멈추고 거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동일해요. 이렇게 찍은 사진을 통해 피사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명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의 본질을 통찰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이번 책과 전시회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사진 '순례자의 은빛나무'는 2013년 3월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찍은 것이다.
하얗게 얼어붙은 가지에 햇살이 비쳐 은빛으로 빛나는 나무와 이를 멀리서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의 모습을 렌즈 속에 담았다. 스님은 "은빛나무는 그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본래 청정한 우리 마음의 본성을 상징한다"며 "구도의 길에서 만난 내면의 본성을 표현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사진에는 이에 어울리는 시가 함께 전시된다. 사진을 먼저 찍고 시를 쓴 것도 있고, 시를 먼저 쓴 다음 이에 맞는 사진을 담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하얀 연꽃잎이 하나둘 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너는 누구냐'에는 같은 제목의 시가 따라온다.
"꽃이여./텅 빈 종이 위에서/이름은 단지 흔적일 뿐,/너의 영혼이 아니다.//새 발자국 소리도/들리지 않는 깊은 안개 속,/푸른 빛 기억속의 잎사귀들 뒤척이며/감각의 몸 느낌을 따라 줄기 줄기마다/실핏줄의 작은 날개 퍼덕거리며//이제 누각의 옛 길을 따라/가랑비 쏟아지는 코끝 면전에서/달빛으로 피어나는 너는/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중)
"생함이 있으면 소멸이 있듯이 연꽃이 절정에 달했다가 떨어지는 순간을 담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 연꽃을 보고 승무를 추는 것 같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고, 옷을 벗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목을 '너는 누구냐'라고 정하고 시를 썼습니다. '너는 누구냐'라고 질문하는 것이 선불교에서는 '화두 참구'고 내면의 본성을 찾아가는 것이죠."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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