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관능 강조된 오페라 '마농'…젊음·속도에 방점

입력 2018-04-06 16:04   수정 2018-04-06 16:33

신선한 관능 강조된 오페라 '마농'…젊음·속도에 방점
국립오페라단 '마농' 리뷰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하게 해 관객을 황홀한 체험으로 이끄는 것이 오페라의 본령이라면,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쥘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은 그 본령에 충실했다.
본래 '마농'은 워낙 작품 규모가 방대하고 무겁다는 인식이 강한 탓에 국내 무대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았지만, 29년 만에 이 작품 전막을 올린 국립오페라단은 젊음과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화려한 삶을 동경한 시골 소녀 '마농'과 귀족 '데 그리외'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특히 타이틀 롤을 맡을 소프라노의 역량이 대단히 중요하다. 고난도의 성악적 테크닉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소녀에서 관능적인 팜므파탈로 성장해가는 변화를 구현할 팔색조의 표현력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뱅상 부사르는 2막과 3막 사이에 놓인 3년의 세월을 지우고 모든 사건이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해 배역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속도감을 높였다. 3막 축제장에 등장한 마농이 관객이 기대하는 관능적 카리스마 대신 여전히 10대 소녀의 발랄함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농 역을 노래한 루마니아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는 31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 놀라운 성악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무대 위에서 진짜 16세 마농처럼 연기하는 파사로이우는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르네 플레밍, 안나 네트렙코 등 원숙하고 농익은 마농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처럼 순수하게 빛나는 마농은 더없이 신선한 기쁨을 안겨줬다.
기사 데 그리외 역을 맡은 스페인 테너 이스마엘 요르디는 젊은 마농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상대역이었다. 주로 벨칸토 레퍼토리의 주역들을 노래해 온 테너답게 투명하고 명징한 발성과 음색을 지닌 요르디는 남자주인공의 젊은 열정과 고뇌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큰 공감을 얻었다. 두 주역가수 간의 케미스트리(호흡)는 무대 위의 사건을 현실로 믿게 만들 정도였다.
마농의 사촌오빠 레스코 역을 맡아 명료한 가창과 유머러스한 연기를 펼친 바리톤 공병우 등 조역 가수들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빛내며 극에 활력을 더했다.
조명과 영상이 효과적으로 사용됐으며, 무대의 공간 분할도 의미심장하게 이뤄졌다. 우연히도 첫 공연일에 봄비가 내린 가운데 빗방울이 가득 맺힌 넓은 창을 보여주는 1막의 압도적인 영상이 묘한 실감을 자아냈다. 1막 아미앵 역과 3막 1장의 센 강변 축제장, 4막 호텔 카지노 등 마농이 사랑하는 화려한 공간을 대형 무대로 설정한 반면, 2막 파리의 작은 아파트와 3막 2장 수도원 장면에서는 무대 공간을 최소화해 마농의 갑갑한 심경을 대변했다.
이 작품의 원작인 프랑스 소설 '마농 레스코'의 시대 배경인 18세기와 오페라가 초연된 19세기 말, 그리고 현대적 분위기를 독특하게 조합한 화려한 의상들도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레이어드 된 마농의 다양한 드레스 안의 붉은 빛깔은 관능과 유혹의 상징으로 보였다.



다만 부사르 연출은 2017~2018 시즌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도 '마농'을 선보였는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선보인 콘셉트와 아이디어 상당 부분이 서울 공연으로 옮겨진 부분은 아쉽다.
전체적인 무대 구조부터 블라인드커튼, 장미꽃, 전구, 쇼핑백 등 장치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재질은 달라졌지만 연출 아이디어 자체는 동일한 부분이 많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과 작년 '리골레토'에서도 같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연출가에게 서울 공연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션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한편, 공연은 8일까지 이어진다. 손지혜-국윤종 팀이 파사로이우-요르디 팀과 번갈아 무대에 선다.
rosina@cho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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