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타임스 보도…"10년간 노비촉 이용한 암살 테스트 진행"
러 외무 "근거없는 주장 확증하려는 영국의 또다른 시도" 반박
(런던·모스크바=연합뉴스) 박대한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러시아의 군사연구기지에서 제조됐으며, 영국 정부가 이같은 정보를 동맹국들에게 이미 제공했다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전날 영국 안보당국에서 러시아의 비밀 연구소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으며, 여기서 솔즈베리 사건에 사용된 노비촉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후속보도에서 더타임스는 노비촉이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 도시 쉬하니에 있는 군사 연구기지에서 제조됐다고 구체적인 지명과 위치를 밝혔다.
쉬하니 군사 연구기지는 영국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 등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쉬하니 군사 연구기지에서 지난 10년간 노비촉이 해외에서의 암살에 효과적일지에 관한 테스트가 진행됐으며, 이것이 이번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고국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풀려난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가 지난달 초 영국 솔즈베리에서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돼 쓰러지자 영국 정부는 암살 시도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영국의 화학·생물·방사능·핵 무기(CBRN) 부대 지휘관이었던 해미시 드 브레턴-고든은 "영국 정부가 가진 정보는 분명하게 러시아와 쉬하니를 지목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및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 국가에서 노비촉이 제조됐을 수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동맹국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같은 공유가 28개국에서 150여명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는(쉬하니 관련 보도는) 또한번 그들이(영국이) 매일 열광적이고도 발작적으로 자신들의 전혀 근거없는 견해에 대한 어떤 새로운 확증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입장은 영국이 화학무기금지조약(CWC) 절차에 따라 모든 사실을 숨기지 말고 테이블 위에 내놓고 공개적이고도 정직하게 협의하고 검토하는데 동의하기 전까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방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는 "우리는 영국 측의 주장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으며 그것을 확인하려 해도 영국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앞서 5일 러시아의 요구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영국이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데 대해 "우리가 하지 않았고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네벤쟈 대사는 "일종의 부조리극"이라면서 "우리는 영국에 '불장난을 하고 있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안보리에서 독극물에 대한 러시아의 공동조사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등 영국의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프랑수아 들라트르는 "이번 솔즈베리 사건과 같은 화학무기 사용을 손쉽게 여기면 이는 화학무기 테러의 문을 열게 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영국은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의 피해자인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영사 접근 권한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율리야의 건강 상태에 관한 자료가 담긴 긴급 공한을 영국 외무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율리야에 대한 영사 접근이 허용되는 대로 대사관 영사들이 병원으로 그녀를 찾아가 면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율리야를 면회할 자국 영사 명단까지 영국 측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자국민인 율리야에 대한 영사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영국 측을 비난해 왔다.
영국 측은 그러나 율리야의 건강 상태를 통보하면서도 아버지 세르게이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영국민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세르게이도 영국 국적과 함께 러시아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러시아 측의 영사 접근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 율리야는 전날 첫 공개 성명에서 "이 모든 일은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회복 과정에서 개인 생활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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