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부상…특색 없이 따라하기 이상 열기엔 '눈살'
전문가들 "행정편의주의 개발" 지적…설치·안전 규정 마련 시급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였던 지난달 25일.
희뿌연 미세먼지에도 강원도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는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에서의 출렁거림, 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철렁해 절로 엄마를 찾게 될 정도의 스릴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의 의지는 미세먼지에도 꺾이지 않았다.
이런 인기를 방증하듯 최근 전국에서 '출렁다리 열풍' 현상이 일고 있다.
환경훼손 우려가 적고 관광객 유치에 있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가 높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특색을 살리지 않고 한 곳에서 성공하면 여러 곳에서 따라 하는 식의 관광개발을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출렁다리 열풍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출렁다리 열풍 왜?…설치비용 적고 지역경제 효과 커
원주 소금산, 파주 감악산, 청양 천장호, 통영 연대도∼만지도 등 현재 전국에는 50개의 크고 작은 출렁다리가 있다.
출렁다리가 관광명소로 급부상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건설에 나서고 있어 출렁다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들이 이토록 앞다퉈 출렁다리 건설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출렁다리를 설치했거나 설치를 준비 중인 지자체 모두가 전면에 내세우는 논리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이다.
시설 유지와 관리를 위한 고용 증가, 주변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의 매출 증가 등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환경훼손 우려도 크지 않고, 조성비용도 40억원 이하로 적은 편이다.
실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는 침체한 간현관광지를 순식간에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한해 방문객이 10만명 안팎에 불과했던 간현관광지는 이제 연간 관광객 300만명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경남 통영의 연대도와 만지도는 2013년 한해 관광객이 4만1천명이었으나 2014년 출렁다리가 설치된 뒤 10만3천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 "조금 더 길게" 경쟁에 "거기서 거기네" 시큰둥 반응도
출렁다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이상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여행을 좀 다녀봤다고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다 똑같네", "거기서 거기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산과 강, 섬 등 설치된 위치만 다를 뿐 그 외의 지역 특색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출렁다리를 홍보하는 지자체 역시 '최장'(最長)을 내세워 홍보할 뿐 지역 특색은 뒤로 밀린다.
어디가 가장 긴 출렁다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출렁다리 건설을 계획 중인 지자체들도 다른 곳보다 조금이라도 더 길게 만들려고 혈안이다.
레일바이크, 스카이워크, 케이블카 설치 붐에서 봤던 익숙한 광경이다.
◇ 유행 타는 관광개발에 깔린 행정편의주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광개발 유행'에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가 깔렸다고 지적한다.
지자체에서 추진 절차도, 성과를 내기도, 예산 지출도 손쉽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관광자원 개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나 출렁다리는 검증된 관광자원인 만큼 위험부담이 적다.
자연을 활용한 관광사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적다.
도심 내 재산권 침해가 없고, 땅만 있으면 활용이 가능하다 보니 지역 단체장의 정치적 목적이나 의지에 따라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붐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상당 부분 가미됐다고 본다"며 "관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재방문인데 이벤트 쪽에 치우친 관광자원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초기에는 궁금증에 찾을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발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관광개발이 어떻게 지역특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을 타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중복 없이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지역관광개발 평가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기만 해도 아찔' 안전하긴 한 걸까…법적 사각지대
출렁다리 열풍에도 설치와 관리에 관한 안전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설치기준이 없어 보도교, 인도교, 현수교 등 교량 설치기준에 따라 설치하고 있다.
교량과 비슷한 규모·형식을 갖췄으나 도로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관할 지자체는 1천명이 넘는 사람이 출렁다리를 건너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 발생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직원들이 등산로와 출렁다리에 나가 안전관리를 하긴 하지만 설치·안전 규정이 없어 유지 관리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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