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동원전력사령부 닻 올렸지만 장비 등 개선의지 '불충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우리나라 예비군 전력의 콘트롤타워 격인 육군동원전력사령부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다.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의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창설된 동원전력사령부에는 기존 육군 전방군단 예하 5개 동원사단과 제2작전사령부 예하 향토사단들의 동원지원단이 배속된다.
육군은 동원전력사령부가 창설되면 동원사단과 동원지원단을 단일 지휘체계로 묶어 지휘 효율성이 높아지고 전방군단과 지역방위사단의 지휘부담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동원계획 통합, 정예자원 우선 지정·관리, 예비전력 예산 집중 운용, 예비역 간부 활용 등 동원 실효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과 함께 275만 예비군 전력을 유사시 상비전력과 유사한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임무를 수행해야 할 동원전력사령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룡 같은 조직을 표범처럼 날쌘 군대로 만들겠다'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지휘방침에 부합하도록 사령부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원전력사령부는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에 맞춰 창설될 예정이었으나, 송 장관이 부임하면서 창설식을 불과 10여 일을 앞두고 전격 중지됐었다. '육군동원전력사령부령'의 입법화 작업까지 마친 상태에서 중지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육군조직을 '슬림화'하는 차원에서 재검토해 보자는 송 장관의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송 장관이 육군인사사령부의 실정을 사례로 들었다는 얘기도 돌았다.
중장이 지휘하는 '거대 조직'인 인사사령부가 육군본부에 별도로 창설했지만, 군 인사 시스템에 대한 잡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데 왜 이런 지적들이 나오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송 장관이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군 조직 가운데 또 다른 옥상옥이란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중지했다고 하지만 어찌 됐건 예비전력의 콘트롤타워는 출범했다.
국방부와 육군은 현재 예비군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장비류 개선 등 예비전력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자 보급 등 구체적인 방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육군은 8일 "동원사령부 창설 이후 상비부대 중 해체되는 부대의 장비를 우선 활용해 동원사단에 조기에 전력화할 것"이라며 "국방개혁2.0과 연계해 노후된 장비·물자를 상비사단 수준으로 단계별로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사령부를 먼저 만들고 보자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는 설명으로 보인다. 다만, 해체되는 상비부대의 물자를 동원사단에 물려주는 계획은 오는 2024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겠다고 군은 강조했다.
국방부가 예비군 부대의 장비류를 개선하겠다고 한 방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기준으로 전체 예비전력 예산은 국방예산의 0.3%인 1천325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예비전력 관리를 위한 '2016∼2020 국방중기계획' 예산은 9천666억원으로, '2015∼2019 국방중기계획' 예산 1조700억원보다 1천34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중기계획에 편성된 이런 예산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항목으로 전용되거나 이월되기 일쑤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예비군에 보급되는 신규 장비 구매는 생각할 수도 없고, 해체되는 상비부대의 물자가 대물림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비군 동원훈련(2박3일)의 수당(훈련비)이 2014년과 2015년 각각 6천원에서 2016년 7천원, 2017년 1만원, 올해 1만6천원으로 '쥐꼬리'만큼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은 앞으로 미국, 이스라엘과 유사한 동원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예비군 제도는 긴급예비역, 대기예비역, 퇴역예비역으로 구분된다. 긴급예비역은 선발예비역과 개인긴급 예비역으로 다시 구분되는 데 이 가운데 선발예비역은 부대편성 예비역과 상근 예비역, 개별동원 예비역이 속한다.
부대편성 예비역은 주방위군과 예방예비군이 속하는데 최소 훈련 기간이 39일이다. 개별동원 예비역은 최소훈련 기간이 14일이다.
KIDA는 "미국 예비군의 평시 훈련은 부대 단위로 작전수행 훈련을 하고, 훈련시간도 연간 최소 14∼39일인 데 비해, 한국 예비군은 2박3일로 미국 예비군의 5∼10% 수준"이라며 "예산 측면에서도 미국 예비군 예산은 연간 520억 달러로, 이는 전체 국방예산의 9%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제27조)에 명시된 대로 '무기·장비 및 전투 예비물자를 현대화하여 상비병력을 대체할 수 있는 정예화된 예비전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국군이 고려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와 육군이 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급식의 질 개선과 훈련비 인상, 장비류 개선 등을 바라는 예비군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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