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며 치맥 즐기려 했는데"…미세먼지가 앗아간 '불금'(종합)

입력 2018-04-06 19:30   수정 2018-04-06 21:58

"야구보며 치맥 즐기려 했는데"…미세먼지가 앗아간 '불금'(종합)

프로야구·가족 외식도 취소…주말 계획 무산에 시민들 '울상'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중국발 황사의 공습으로 오후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갑자기 치솟아 금요일 저녁 하늘이 '우울한' 잿빛으로 물들었다.
6일 미세먼지가 심해 잠실·수원·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고 야구장에서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려던 직장인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이날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오후 4시 30분 현재 인천 강화와 경기 북부·동부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가 2시간 이상 300㎍/㎥을 초과함에 따라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또 서울에서도 오후 6시를 기해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서울 교대역 인근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미세먼지 경보를 알리는 재난 알림 문자가 오자 마스크를 쓴 채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미세먼지 예보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탓에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시민들이 더 많았다.
비가 그친 뒤 기온이 떨어진 데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대부분 시민은 인상을 찌푸리거나 옷깃을 여미며 빠르게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퇴근 후 야구장을 찾으려 했다는 직장인 이 모(36) 씨는 "경기를 보며 '치맥'(치킨에 맥주)할 생각에 오늘만 기다렸는데 미세먼지로 취소되는 게 웬 말이냐"면서 "미세먼지로 야구까지 못 하는 걸 보니 정말 이민 가야 할 것 같다"며 토로했다.
직접 야구장을 찾아갔다가 발길을 돌린 시민들도 있었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할 예정이던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 경기를 관람하러 오후 5시 50분께 서울 잠실구장에 도착한 장관형(42) 씨는 뜻밖의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운영 요원은 '미세먼지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며 경기장 출입을 막았다.

잠실구장의 3루 쪽 출입구에는 장 씨처럼 '경기 취소' 통보를 받고는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는 야구팬이 30명 가까이 모여 있었다.
장 씨는 "20년 넘게 프로야구를 봤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미세먼지에 대비해 평소 안 쓰는 마스크까지 사서 왔는데 좀 허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취소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던지고, 치고,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이런 공기를 호흡하면 건강에 얼마나 해롭겠냐"고 덧붙였다.



평소 기관지염을 앓는다는 조 모(32·여) 씨는 "오후에 황사가 조금 있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 뿌연 하늘만 보인다"면서 "하루걸러 마스크를 쓰고 버리는 탓에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울상을 지었다.
직장인 전 모(30) 씨 "포항에서 사는 친구가 오늘 서울에 올라오더니 공기가 탁한 것을 보고 '서울은 저녁에 안개가 끼는 거냐'고 물었다"며 "평소 걷던 거리에서 보이던 산이 안 보이는 것을 보고 공기 질이 좋지 않은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외식할 계획이었다는 직장인 전 모(36) 씨는 "큰 애가 비염이 심해서 외출 계획을 접었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을 할 생각이었는데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오후 약 2시간 동안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SK텔레콤 음성통화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애를 먹었다.
직장인 김 모(39) 씨는 "업무상 중요한 일로 전화해야 하는데 자꾸 전화가 제대로 걸리지 않고 끊겨서 짜증이 났다"면서 "미세먼지까지 겹쳐 기분이 더 우울하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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