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남북 통일·민주주의 혁명 시발점 돼야"

입력 2018-04-06 22:41  

"제주4·3, 남북 통일·민주주의 혁명 시발점 돼야"
소설가 현기영-김석범 '4·3을 말한다' 대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제주4·3의 아프고 처절한 경험이 남북 화해와 통일의 토대가 돼야 합니다."(현기영)
"앞으로 평화통일이 되고 남북의 역사를 총괄할 때 제주4·3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투쟁의 첫걸음으로 기록돼야 합니다."(김석범)
제주4·3의 비극을 문학으로 형상화해 세상에 알린 소설가 현기영(77)과 김석범(93)은 6일 저녁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주최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4·3을 말한다' 대담에서 마주 앉아 이렇게 말했다.
현기영 작가는 1970년대 말 소설 '순이삼촌'으로 금기시된 4·3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뤄 고문당하는 등 큰 고초를 겪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 김석범 작가는 1957년 소설 '까마귀의 죽음'으로 제주4·3을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알렸으며, 이듬해부터 20여 년간 12권 분량의 대하소설 '화산도'를 써 제주4·3의 역사를 깊이 다뤘다.
두 작가는 이날 4·3의 이름을 '항쟁'으로 정명(正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작가는 "분단을 거부하고 통일, 친일파 청산을 외친 것은 지금도 유효하고 너무나 중요한 명제 아닌가.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과 부패가 분단에서 온 것이다. 1947년부터 시작된 (4·3의) 항쟁 이데올로기가 바로 이런 민족주의적인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남북 화해가 와있는 것 같은데, 우리 도민이 옹호하고 부르짖었던 한 나라, 한 민족이 이런 남북 화해와 냉전 극복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이 무슨 회담을 제주도에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 작가도 "4·3은 조국과 일체다. 앞으로 통일이 10년, 20년 후가 될지도 모르고 10년 이내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남북 역사를 통틀어 민주주의 투쟁의 첫걸음은 제주도였다. 제주도에서 민주주의 혁명이, 민중 봉기가 일어난 것이다. 4·3이 전략·전술 면에서 잘못도 있지만. 제주도민이 죄다 희생됐다. 3만명의 숫자로 헤아릴 수 없고, 살면서 죽은 것 같은 삶을 지금까지 지내온 사람이 많다. 통일 조국의 민주주의의 첫 출발은 제주도였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두 작가는 한목소리로 4·3의 배경인 1945년 이후 해방 공간의 역사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 작가는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그어놓고 양쪽을 나누려고 했다. 제주도민은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우리 민족이 생각하는 통일된 나라, 통일 정부를 원했던 것이다. 또 그때는 해방이 막 됐으니까 친일파를 빨리 단죄하고 청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친일파 청산과 통일 정부를 원하면서 한 첫 항쟁이 1947년 3·1절 봉기였다. 이후 4·3까지 1년간 항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도 "4·3의 역사적인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해방 공간 3년 동안을 재심판하는 것이다.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 정부였고, 매국노들 토대로 지어진 정부의 정통성을 만들기 위해 제주를 희생양으로 한 것이다. 그자들이 학살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한국에 있는 역사가들이 그동안 연구를 많이 했을텐데, 이제는 이걸 공식으로 발표해도 좋은 때가 왔다"고 말했다.



현 작가는 4·3문학의 의미를 이렇게 얘기했다.
"4·3은 동전의 안팎처럼 앞은 항쟁, 뒤는 대학살입니다. 어느 하나를 강조할 순 없지만, 나는 대학살을 더 중요시해요. 인류가 할 수 없는 엄청난 범죄이기 때문에 당시 4·3의 비극, 대참사는 인간의 언어로는 묘사할 수도, 재현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눈물을 흘렸어요. 그 공포와 처절한 기억 때문에, 제가 30년이 지난 다음에 '순이삼촌'을 썼는데, 그때까지도 눈물을 제대로 흘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문학적으로 도저히 4·3을 묘사할 수 없지만, 인간의 언어로 어떻게 4·3의 진실에 가깝게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돌아가신 영령에게 바치는 좋은 제물로 내 작품이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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