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7년 만에 첫 내한…위트 넘치는 무대 선사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수준 높은 K팝에 익숙해진 우리 관객들은 어지간한 해외 가수들에게는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지난해 내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립싱크로 실망을 줬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성의 없는 태도로 논란이 됐다.
이와 달리 미국 팝의 여왕 케이티 페리(35)는 6일 오후 9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치며 자신이 왜 당대 최고의 퍼포머인지 이름값을 증명했다. 감각적인 연출과 진정성 있는 무대 매너, 탄탄한 라이브는 2시간 동안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페리의 내한 소식은 초반부터 화제였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10분 만에 1만5천 석이 매진됐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스탠딩석 입장을 위해 오후 7시 전부터 공연장 앞은 북적였고, 일부 남성팬들은 페리의 무대의상을 흉내 내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줄을 서 있기도 했다.
공연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 '성명'(Manifesto)에서는 이슬람 의상을 연상시키는 붉은 옷을, 2부 '회고'(Retrospective)에서는 줄무늬 정장을 입었다. 3부 '성적 탐구'(Sexual Discovery)에서는 섹시한 점프수트를, 4부 '자아성찰'(Introspective)에서는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시키는 금속 소재 의상을, 5부 '부상'(Emergence)에서는 가슴을 뾰족하게 강조한 비닐 소재 옷을 걸쳤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우아한 긴 드레스를 입었다.
오후 9시 5분, 페리가 한국식 족두리를 머리에 쓴 채 등장해 최신작 '위트니스'를 부르자 공연장의 온도는 삽시간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는 쉼 없이 '룰렛'(ROULETTE), '다크 호스'(DARK HORSE), '체인드 투 더 리듬'(CHAINED TO THE RHYTHM)을 선사했다. 머리에 TV를 뒤집어쓴 무용수들이 그로테스크한 춤을 출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2부에서는 '틴에이지 드림'(TEENAGE DREAM), '핫 앤 콜드'(HOT N COLD), '캘리포니아 걸스'(CALIFORNIA GURLS), '아이 키스드 어 걸'(I KISSED A GIRL) 무대를 선보였다. 페리는 객석에 "제가 아는 한국말이 많지는 않다. 한국어로 'HOT'과 'COLD'를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은 뒤 "뜨거워", "추워", "감사합니다"라고 또렷한 발음으로 따라 해 갈채를 받았다.
특히 자신의 마스코트인 상어 인형 옷을 입은 관객을 즉석에서 무대로 올려 "안녕하세요", "사랑해" 등을 한국어로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또 유행하는 '손가락 하트'를 하며 "이게 한국식 하트 맞죠? 여러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하트를 발명했어요. 제가 이걸 미국에 가져가도 될까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3부는 화려한 연출의 정수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페리가 '데자 부'(DEJA VU), '쓰나미'(TSUNAMI), 'ET', '본 아페티'(BON APPETIT)를 부를 때 무용수들은 거대한 장미 모양의 봉에 매달려 공중 에어리얼 서커스를 선보였다.
4부에서는 '와이드 어웨이크'(WIDE AWAKE), '인투 미 유 시'(INTO ME YOU SEE), '파워'(POWER)를, 5부에서는 '파트 오브 미'(PART OF ME), '스위시 스위시'(SWISH SWISH), '로어'(ROAR)를 불렀다. 마지막 곡으로는 히트곡 '파이어워크'(Firework)를 선사했다.
이날 페리가 부른 노래 중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노래만 총 11곡. 미국에서 공수된 무대 장비의 무게는 100t이었고 정상급의 무용수 10명,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5명의 밴드, 뛰어난 2명의 코러스가 동행했다.
공연 말미 페리는 "어제 한국식 바비큐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곳에 와서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정말 감사하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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