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환영 분위기 속 전문가들 "효과 검증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예나 기자 = 정부가 3년 내 모든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교실에 환기설비나 공기청정기 등 정화장치를 설치하는 내용의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의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6일 올해 상반기 모든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단설유치원 21곳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올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권 모(39) 씨는 "날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늦게나마 교육 당국이 심각성을 인식해 다행"이라며 "아이들 건강과 밀접한 문제인 만큼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20년 넘게 교직에 있다는 김 모(57) 교사는 "교육청 발표 이후 꼼꼼하게 내용을 읽어보고 다른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실효성에 의문은 들지만,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김 교사는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이 과연 제대로 확보될지, 한시적 정책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반면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고 성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개발돼있는 공기청정기 제품은 교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잡아내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 교수가 지난해 11월∼12월까지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 35개 초등학교 61개 교실의 공기 질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학교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기정화 설비를 복합적으로 갖춘 경우 미세먼지가 최대 70%까지 저감됐지만, 필터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환기장치는 효과가 없었다"며 "스탠드형 공기청정기 1대를 칠판 옆에서 가동했을 때 저감 효과는 30% 안팎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공기정화장치를 일괄적으로 구매해 설치하기보다는 교실 현장의 여건을 꼼꼼히 고려해 제품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문명희 에코맘코리아 본부장은 "대부분 교육 현장에 보급된 공기청정기들은 가정용이나 사무실용"이라며 "30여 명의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의 특성이 전혀 성능에 반영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청정기를 돌리기 위해 창문을 닫으면 교실 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산화탄소가 높아질 경우 학생들의 학업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환경운동연합의 장하나 활동가는 "경유차·석탄화력발전소 규제 없이 학교라는 공간에 국한된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책"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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