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100주년 맞아 분주한 영화계

입력 2018-04-08 11:00   수정 2018-04-08 15:47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100주년 맞아 분주한 영화계
국립영화박물관 건립 등 각종 100주년 행사 준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쵸저녁부터 됴수갓치 밀니는 관객남녀는 삽시간에 아래 위층을 물론하고 빡빡히 차셔 만원의 패를 달고 표까지 팔지 못한 대셩황이 잇더라"(매일신보, 1919년 10월 29일)
조선 최초의 영화로 인정받는 '의리적(義理的) 구토(仇討)'는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됐다. 이틀 뒤 매일신보는 '단성사의 初日(초일), 관객이 물미듯이 드러와'라는 제목으로 개봉 당일 분위기와 만원사례를 전했다.
'의리적 구토'는 단성사 사장이던 박승필이 제작비 5천 원을 댔고, 신파극단 신극좌를 이끌던 김도산이 각본·감독·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주인공 송산(김도산)이 선친의 유산을 노린 계모 일파의 악행이 극에 달하자, 정의의 칼을 뽑아 계모 일파를 물리치고 가문의 평화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여배우가 없어 계모역은 여장 남배우가 맡았다.
이 영화가 최초의 한국영화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온전한 극영화가 아니라 연쇄극 형태였기 때문이다. 연쇄극은 기차나 서울역 등 극장 무대에 올릴 수 없는 장면을 촬영해 연극 공연 중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이어서, 영화가 아니라 연극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 최초의 극영화인 '월하의 맹서'(윤백남)를 한국영화의 출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하의 맹서'는 1923년 조선총독부 체신국의 지원으로 만든 저축 계몽영화다. 노름과 주색으로 빚 독촉에 시달리던 영득이 약혼녀 부친의 도움으로 빚을 갚게 된 뒤 저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1962년 공보부는 우리의 자본과 인력이 주축이 된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날인 1919년 10월 27일을 한국영화의 기점으로 보고 '영화의 날'로 제정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도 1963년부터 해마다 기념식을 열고 있다.
내년은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영화계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먼저 봉준호·윤제균·장미희·안성기 등 영화인 30명이 국립영화박물관 건립을 위해 나섰다. 최근 추진위원회도 발족했으며, 타당성 검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이춘연 국립영화박물관 추진위 공동대표는 "프랑스나 중국, 미국, 영국 등은 각국을 대표하는 국립영화박물관이 있지만, 한국은 없다"면서 "우리도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더욱 확대된 규모의 영화박물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단'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주요 작품의 복원과 디지털화, 국내외 상영행사, 한국영화사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추진단을 구성해 문체부와 함께 정부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100주년 기념사업의 키워드는 화합으로, 여러 형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영화계가 100주년을 맞아 화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상자료원도 별도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다.
영화의 도시 부산시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 '시네마 거리' 등 조성을 추진한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기억의 벽', 국내외 영화 거장 100인의 얼굴을 담은 조형물을 세운 '영화 거장의 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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