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들 '유령주식' 거래 시스템 점검

입력 2018-04-08 06:01  

금감원, 증권사들 '유령주식' 거래 시스템 점검
가공 주식 발행·유통 가능 여부 점검…청와대 청원게시판서도 요청
"삼성증권 내부통제 미비"…법인 제재 불가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령주식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지 시스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에 대해서는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내부통제가 미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어 직원뿐만 아니라 법인 차원의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시스템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천원 대신 1천주를 배당, 28억주 가량이 잘못 입고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천주를 팔았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보유한 자사주가 없다.
발행주식은 8천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천만주여서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거래된 셈이다. 이번 사태로 유령주식이 거래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자 국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와 유령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잇따랐고 수만 명이 동의한 상태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 계좌에 실제로 숫자가 찍힌 것을 보고 거래해 공매도 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상급자가 다시 한 번 체크하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증권 사건은 내부통제가 안 된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상급자가 다시 입력 사항을 체크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실수하면 그대로 현실화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발행주식 수를 넘어서는 주식이 입고돼도 경고등 같은 경고메시지가 안 떴다는 게 의문"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통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금감원이 다른 증권사들도 이런 내부통제 문제가 없는지 자체 점검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 검사에서 이 분야에 대한 점검도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내부통제 문제가 정식 확인되면 기관주의나 기관경고 등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결제일인 10일 사태를 어느정도 수습하면 이후 배당 담당 직원과 주식을 판 직원 16명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주식을 매수하거나 빌리면서 입은 손실 등에 대해 해당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 6일 시장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장중 11% 넘게 급락했을 당시 매도에 나선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통상 금융회사는 일이 터지면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회사 귀책사유가 명백한 경우 그런 복잡한 절차 없이 피해를 보상해주라는 의미다.
삼성증권 측은 "사태의 심각성도 있고 금감원의 요청도 있어 피해구제, 직원 문책 등 사후조치에 관련해서는 어려 대책을 계속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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