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인사뿐 아니라 구글·애플 IT기업 방문
미국과 밀착, 이란엔 강한 적대 부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3주간의 장기간 미국 방문을 마치고 8일(현지시간) 다음 방문지인 프랑스로 떠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달 19일 워싱턴을 방문해 캘리포니아까지 미국을 횡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는 미국 각계의 유력인사를 두루 만났다.
그는 이번 '초장기 방미' 기간 사우디의 차기 젊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사실상 아버지 살만 국왕을 대신한 정상 방문인데도 아랍 왕실의 전통 의상을 벗고 노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공개석상에 거리낌 없이 등장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이런 의도로 보인다.
의례적으로 미국 정부, 의회의 전·현직 주요 인사도 만났지만 특히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구글, 보스턴 다이내믹스,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 주자를 만나 사우디와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우디의 차기 왕위를 조만간 물려받을 무함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 계획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비전2030은 석유와 종교에 지나치게 얽매인 사우디의 구식 경제·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사우디를 정상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
사우디 왕가의 핵심 인물로서는 드물게 미국 여러 매체에 등장해 자신이 다스릴 '온건한 이슬람 국가' 사우디의 미래상을 설파했다.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과감한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사우디 건국의 종교적 이념인 강경한 수니파 원리주의 와하비 사상이 사우디를 다스린다는 해석을 부인했다. 또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스라엘과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자기의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도 해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정치적으로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 소원했던 관계를 털어내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완벽히 호응하는 사우디의 대외 정책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해서는 극도의 적대감을 나타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란을 무슬림형제단, 테러조직과 함께 '악의 삼각형'으로 부르면서 "이란 최고지도자를 보면 히틀러가 오히려 착하게 보일 지경"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란을 '절대 악'으로 돌려놓아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적대 노선과 밀착하는 동시에 왕실 내부의 경쟁세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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