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안은 야당시절 차악…완전한 해결책 과방위서 논의하자"
'내로남불' 비판 부담에 4월국회 교착 타개 카드로 활용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8일 공영방송에 정치권의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하자고 야당에 촉구했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당론으로 발의한 방송법의 방향과는 결이 다른 제안인 만큼 사실상 당론 변경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당이 요구하는 방송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언제든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치권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돌려드릴 수 있는 완전하고 확실한 안을 만들자"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방안이 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하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며 "즉각 국회에서 방송 정상화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간담회에서 "언론장악 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것에 이견이 없다"며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사장 추천 관행을 이번 기회에 아예 깨끗이 내려놓을 수 있는 안을 만들어 국민 품으로 공영방송을 돌려주자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원내 지도부의 발언은 야당 시절이던 2016년 박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박홍근안·여야 의원 162명 동참)과 비교할 때 정치권 영향의 원천 차단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박홍근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6명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채택했다.
현행 방송법에 비해 야당 추천 이사 몫이 늘어난 것이 개선된 부분이지만 정치권이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날 원내 지도부의 제안은 오히려 정의당 추혜선 의원(지난해 11월)과 민주당 이재정 의원(지난 5일)이 각각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과 맥이 닿아 있다.
이들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 선임을 '국민 추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개입할 소지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홍근안'의 4월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맞서 그동안 다양한 법안이 발의된 만큼 과방위에서 병합 심사를 하자는 입장을 폈다.
민주당이 이날 한 발 더 나아가 '정치권 영향 원천 차단'을 부각하고 나서면서 방송법 당론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선 흘러나오고 있다.
과방위 소속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 "박홍근안은 당시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이 가능하다고 봐서 냈던 것이었고, 현재 진전된 다양한 법안이 나왔으니 과방위 논의 테이블에서 여야가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야당의 방송법 처리 요구로 4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한다는 판단 아래 돌파구 모색 차원에서 '방송법 절충안' 카드를 내놨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우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야당이 방송법 논의를 받아들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의 4월 처리 주장을 하지 않겠다"며 방송법 문제가 해결되면 공수처법 연계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선 전에는 방송법 개정에 힘을 싣다가 정권을 잡은 뒤엔 '말 바꾸기'를 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도 민주당이 대안 모색에 나서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우리가 야당 시절엔 방송 장악을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방송법 개정안을 냈는데, 현재 야당이 박홍근안을 고집하는 것은 완전한 방송 자유를 막고 자기들이 공영방송에 조금이라도 개입해보려고 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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