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스플리터' 오타니, 34개 스플리터로 16번 헛스윙 이끌어

입력 2018-04-09 10:22  

'악마의 스플리터' 오타니, 34개 스플리터로 16번 헛스윙 이끌어
9일 오클랜드전 12개 삼진, 결정구 8개는 스플리터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오타니 쇼헤이(24·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스플리터는 대부분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오타니의 스플리터를 그냥 지켜볼 타자도 거의 없었다.
미국 USA투데이가 '악마의 스플리터(devilish splitter)'라고 부를 정도로 '에인절스'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빠르고 예리했다.
노모 히데오, 다나카 마사히로도 일본에서는 포크볼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스플리터로 통용하는 공을 선보여 메이저리그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일본인 투수의 현란한 변화구에 적응했던 메이저리그 관련 미디어의 눈에도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경이로웠다.
MLB닷컴과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찬사를 쏟아냈고, 미국 야구 분석 사이트에서도 이 공을 화두에 올렸다.
시속 160㎞의 강속구를 갖춘 투수가 140㎞를 넘나드는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던질 때 드러나는 극적인 효과를 오타니가 보여줬다.
오타니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을 1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볼넷은 단 한 개만 내줬고, 삼진은 무려 12개를 잡았다.
삼진을 잡은 결정구는 8개가 스플리터, 4개가 직구(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미국 브룩스 베이스볼은 오타니의 구종 구사율을 직구 46.2%(42개), 스플리터 37.4%(34개), 슬라이더 14.3%(13개), 커브 2.2%(2개)로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최고 시속 100.5마일(약 162㎞)의 직구로 상대를 윽박지른 오타니는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강속구에 놀란 타자들은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다 종으로 뚝 떨어지고, 횡으로 살짝 변하는 오타니의 포크볼에 속수무책이었다.
오타니의 포크볼이 평균 시속 141㎞, 최고 시속 145㎞로 빠르게 날아오니 타자들이 대응할 시간도 없었다.
MLB닷컴은 이날 오타니가 끌어낸 헛스윙을 24개, 브룩스 베이스볼은 25개로 측정했다. 파울팁 한 개를 놓고 두 매체의 분석이 다소 엇갈렸다.
하지만 '시즌 기록' 달성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오타니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헛스윙 유도 기록을 넘어섰다. 종전 기록은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의 23회였다.
단연 스플리터의 헛스윙 유도가 돋보였다. 오타니가 던진 스플리터 34개 중 22개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헛스윙이 16차례였다. 1개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을 타자가 기다렸고, 5개는 범타 혹은 파울이었다.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기다리면 된다"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타자가 스윙하기 전에 오타니의 구종을 파악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뛸 때 상대가 스플리터에 스윙을 자제하는 경기에서는 스플리터의 스트라이크존 통과 비율을 50%까지 높였다.
오타니 같은 강속구 투수에게 볼 카운트가 밀리면 출루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타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배트를 내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타니가 선보인 '악마의 스플리터'에 그를 향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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