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세'에 미국산 대두 유럽행…브라질 대두 중국행 늘어날듯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은 중동이 대체 가능성…"이란 수혜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양국 경제를 넘어서 세계 원자재·관련 상품시장의 거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곡물 수입업체들은 중국이라는 최대 시장을 잃은 미국산 대두 선점에 나섰고, 중동은 아시아 국가들의 외면을 받을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 6일 45만8천t에 달하는 미국산 대두를 공개할 수 없는 수입처에 대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트레이더와 곡물 애널리스트들은 네덜란드와 독일과 같은 유럽연합(EU) 곡물가공업체들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만약 미국산 대두가 EU로 향한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지난 15년간 미국과 유럽 사이에 진행된 일회성 거래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
USDA는 이에 대한 정확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대두 가격은 중국산 수입품에 1천억 달러의 추가 관세를 고려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하락을 피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수입처가 통째로 바뀌는 이례적인 거래 흐름이 가까운 미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세계 2대 대두 수출국이고, 중국이 세계 거래량의 3분의 2 이상을 책임지는 최대 수입국인 것을 고려할 때 중국 수요에 크게 의존했던 미국 대두 수출업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미국산과 경쟁 관계인 브라질산 대두는 이 틈을 타 큰 수혜를 보고 있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고관세를 우려한 중국 수입업체들이 최근 수확기인 브라질산 대두를 대량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잭 스코빌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무역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며 정치적 요소가 브라질산 대두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간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생산지 중 하나인 중동도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다.
만약 중국이 예고대로 미국산 폴리에틸렌과 액화 프로판 등에 25%의 보복관세를 때릴 경우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비싼 미국 제품 대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동 제품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대미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에틸렌을 중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동이 한국과 함께 대중국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수입업체들은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내년에만 230만t의 수입 폴리에틸렌을 대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까지 미국의 대중 수출량은 중국의 연간 총 수입량 1천270만t 가운데 60만t에 불과하지만, 만일 이번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경우 향후 2년간 미국의 수출량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감안하면 미국의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액화 프로판도 중국이 미국의 3대 수입국임을 고려할 때 중동이 수요를 대체할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동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출국이자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이란이 이러한 무역전쟁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옹한위 FGE 컨설턴트는 "이란은 매력적인 대안이다"라며 "중국 기업들은 이란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공급처를 다양화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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