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간담회, 일침 날린 중기…"지원받는다고 고용하진 않는다"
"중기에 대한 인식 바꿔야"…"정부대책 한시적, 상생협력기금 등 장기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정부가 고용 우수 기업을 확실히 우대해준다면 정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왜곡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중소기업인 현장간담회'에서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지적과 주문이 쏟아졌다.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인 솔라루체의 오기철 대표는 "정규직 100여명 규모인 우리 회사는 지난해 8월 50명, 올해 3월 10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이런 고용 창출이 정부 공공사업에서 어떤 이익으로도 작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달청의 공공조달 사업자 선정에서 고용 우수기업 가점은 100점 만점에 0.5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고용에 힘쓰겠나"라며 "능동적으로 일자리를 늘린 기업이 최소한 공공시장에서라도 우대받게 되면 국민 혈세를 한 푼도 들이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알아서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선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한테 '날기만 하면 이런 혜택이 있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며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하진 않는다. 고용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그다음에 고용한 인력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이지 건너뛰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고용 우수기업 가점에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점검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확대를 위해선 부정적인 인식개선과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구산업협동조합의 김계원 이사장은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지역 중소기업을 키우고 스타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제어공업협동조합 최전남 이사장은 "정부가 중장기 대책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모엔지니어링 이원해 대표는 "우수한 인력을 뽑기 어려운 것이 중소기업 실정"이라며 "대기업이나 국가투자기관, 연구원 등에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인력들에 대해 우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인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 이정호 씨는 "이번 대책은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았지만, 한시적"이라며 "경제사회주체들이 공동으로 비용을 마련하는 상생협력기금 같은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명문대에 가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해야 보상을 많이 받는 것이라는 현재의 일률적인 사회보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경제주체들이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인식개선이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이 고졸자를 우선 채용하는 등 업계가 인식개선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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