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유서…경찰, 유족에 시신 인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자신의 차량에서 발견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근로자의 시신은 사망한 지 20일 넘게 방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인천 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6일 오후 4시 5분께 인천 남동공단 인근 승기천 주변 길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근로자 A(55)씨는 지난달 14일 자택에서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나갔다.
이후 차량에 주유한 뒤 곧장 승기천 인근 길가에 주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가출한 이후 휴대전화 통화 내용과 신용카드 사용 기록이 전혀 없는 점으로 미뤄 집을 나선 당일 숨진 뒤 23일간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가출한 당일 밤에 승기천 일대에 차량을 주차한 뒤 이동을 하지 않았다"며 "주차한 지역이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발견되기까지 20일 넘게 걸린 것 같다"고 했다.
한국GM에서 30년가량 근무한 A씨는 사측이 올해 2월 군산·창원·보령·인천 부평 등 4개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자 모집 때 신청서를 냈다.
정년을 5년 남겨둔 그는 올해 3월 말 희망 퇴직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A씨 차량에서 유서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이후 그의 상의 외투 호주머니에서 유서를 찾았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평소 특별한 질병을 앓은 기록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국GM 소속 한 정규직 직원은 "최근 (직원) 3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회사 분위기가 침통하다"며 "희망퇴직을 신청한 2천500명 중에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는 연차 낮은 직원도 있지만, 상당수는 젊은 직원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려는 50대 근로자가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지난달 7일과 25일에도 인천과 전북 군산에서 한국GM 군산공장 소속 40∼50대 근로자 2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근로자 모두 20∼30년가량 한국GM에서 근무했으며, 올해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시신에서 범죄와 관련한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은 고인과 유족 명예를 위해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여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