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장 땐 매물 몰려 송아지 마리당 40∼50만원 하락 예상
2주일 폐쇄 연장…농민들 "사료 대금도 못 갚았는데" 한숨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심규석 기자 =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시장을 잠정 폐쇄합니다'
9일 청주 흥덕구 신봉동 청주축협 우시장 입구에는 시장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여전히 내걸려 있었다.
경기 김포의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달 27일 이뤄진 가축시장 잠정 폐쇄 조치는 애초 이날 끝날 예정이었지만 2주일 더 연장됐다.
첫 발생 농가에서 12.7㎞ 떨어진 인근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감염항체(NSP)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NSP는 구제역에 감염된 지 10∼12일 후 동물 체내에서 생성되는 '자연 항체'인데, 구제역에 걸린 지 시일이 꽤 됐다는 얘기다.
공판장에 고기용 소가 꾸준히 출하돼 쇠고기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당국의 이번 조치로 가축시장 폐쇄가 장기화하면서 송아지나 번식용 암소를 거래하려는 농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청주 신봉동 우시장은 매달 2일과 17일 문을 연다. 하루 150∼300마리의 송아지가 경매를 통해 거래될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시장이 폐쇄된 후에는 썰렁하기만 하다.
경매장 바닥은 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됐고 소독약을 실은 방역 차량만 가끔 오갈 뿐이다.
우시장을 관리하는 청주축협의 한 관계자는 "송아지를 제때 판매하지 못하면 사룟값은 더 드는데 제값을 받지 못한다"며 "우시장 폐쇄 연장 조치로 축산농가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라고 걱정했다.
이 우시장에서 거래되는 6∼7개월 된 송아지 가격은 300만원대에서 비쌀 경우 400만원대 초반까지 간다.
그러나 폐쇄 조치 해제 후 시장이 다시 설 땐 처분되지 않았던 송아지가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 시장 폐쇄 이후 재개장하는 경우 출하량이 2배가량 늘면서 마리당 30만∼40만원, 많게는 40만∼50만원씩 가격이 내려가곤 한다.
축산 농민들은 청주 우시장이 다시 서는 오는 17일에는 송아지를 팔아 목돈을 쥘 수 있다고 잔뜩 기대했지만 시장 폐쇄 기간이 연장됐다는 소식에 울상을 짓고 있다.
청주 내수에서 한우 150마리를 키우는 박병윤(60)씨는 우시장 폐쇄라는 경험을 처음 했다.
소를 키운 게 한 두 해가 아니지만 작년까지는 시장 폐쇄 때 송아지를 출하하지 않아 그 고통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2일 출하하려던 송아지 4마리를 내다 팔지 못한 채 사료를 더 먹이며 계속 키우고 있다.
농협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해 축산업 물정에 어두운 편이 아니지만 송아지 가격이 마리당 30만∼40만원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에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축산농 유근태(67)씨 역시 "시장 폐쇄 기간 연장이 오는 23일까지라고 하지만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면 다음 달 2일 송아지를 내다 팔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며 "언제까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몇백만원의 사룟값을 채 갚지도 못했는데 송아지 가격은 몇십만원씩 떨어지니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축산 농민들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보은 가축시장은 매달 11일과 26일 개장한다.
200마리의 번식우와 비육우를 키우는 박재일(65)씨는 오는 11일 5∼6마리의 송아지를 내다 팔 생각이었지만 정부의 시장 폐쇄 연기 조치에 기운을 잃었다.
박씨는 "팔아야 할 송아지를 제때 팔지 못하면 사룟값에 왕겨, 물값까지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소를 팔아야 빚도 갚고 먹고 살 텐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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