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 목표 "앞으로도 달성 어려워" vs "2021~2022년께 달성"
양적완화 득보다 비용 커지는 상황…"1년 내 긴축 카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연임에 성공해 9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구로다 2기를 맞아 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해 긴축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게 됐다.
9일 블룸버그 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2013년 3월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제시하고 2년 안에 이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채권을 대거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고수했음에도 일본의 근원 물가상승률(신선식품·에너지 제외)은 2월 현재 0.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구로다 2기에도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2011~2016년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는 "양적 완화의 초점이 물가상승률 2% 달성에 있었으며, 이는 실패했다"면서 "구로다 2기인 5년 동안에도 2%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인 아다치 마사미치도 "어떤 면에서는 물가 하락은 피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은 여전히 저조하며 재정 안정성도 전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의 운이 좋아지고 세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올라 2021년 또는 2022년 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반면 1년 안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일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하야카와 히데오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으며, "근원 물가상승률이 1%에 이르면 장기 국채 금리가 조정될 것이란 컨센서스(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금리 인상이 시장 혼란을 부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떠받쳐온 구로다 총재에게 돌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엔화 약세를 비판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엔화 강세가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변수가 구로다 총재에겐 최대 위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하야카와는 내다봤다.
경기 부양책이 장기화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탓에 시중 은행은 수익을 올리는 데 고전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채권 매입으로 대차대조표가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탓에 몸집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은 상태라도 통화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무라시마 기치는 "구로다 2기에서는 현재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득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돌더라도 정책을 정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일본은행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