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시리아군 겨냥 미 군사개입 합류 압박받아"

입력 2018-04-09 16:52  

"英 메이, 시리아군 겨냥 미 군사개입 합류 압박받아"
마크롱은 트럼프와 통화서 "공동 대응 조율" 입장 내놔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시리아 아사드 정부군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개입이 단행될 경우 이에 합류해야 한다는 압박 아래 놓여있다고 영국 보수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리아 반군 거점지역인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이 발생하자 트위터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를 지지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고 두 정상이 "지속되는 인권 남용에 아사드 정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으며 "공격의 종류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강력한, 공동 대응을 위해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특수관계를 강조해온 영국에서는 "공동 대응 조율" 같은 수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전날 미국 및 다른 우방들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면서 공격의 배후에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인 게 이제까지 영국에서 나온 가장 고위급 인사의 반응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큰 대가'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한 군사 공격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는 화학무기 공격이 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1년전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이번 공격을 자행한 시리아 공군기지를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로 공격할 것 같다는 한 영국군 고위 소식통의 관측을 전했다.
미 정부의 평가는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공격의 세부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미 정부 관리들이 전날 밤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각료들은 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격에 합류하려면 하원의 투표를 거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보수당 정부는 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아사드 정권을 대상으로 한 군사 행동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보수당 입장에서 차기 총선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2013년 9월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공습 안을 의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 내 IS 공습도 요청했으나 캐머런 총리는 노동당을 포함해 반대 기류가 컸던 시리아 내 IS 공습은 아예 승인안에서 삭제했다.
이어 캐머런 정부는 2015년 12월 공습 대상을 시리아 내 IS로 한정하고, 지상군파병도 없을 것임을 명시하고서 IS 공습안을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확대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은 바 있다.
영국에서는 최악의 외교정책 실패로 여겨지는 이라크전 개입에 대한 교훈이 여전히 생생한 편이다.
지난 2016년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회는 9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WND) 위협의 정도에 대한 판단들은 정당화되지 않은 확실성과 함께 제시됐다"며 "이라크 정책은 잘못된 정보 판단들에 기반해 결정됐다"고 결론지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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