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대표 "우파연합-오성운동 연정 가능성 51%"…오성운동 대표 "어림없어"
마타렐라 대통령, 이번 주 정부구성 협의 2라운드 진행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달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은 탓에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총리 지명권을 쥐고 있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주관으로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 2라운드가 진행된다.
이런 가운데, 연정 구성을 타진하는 각 정당들의 기싸움도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두 정당으로, 연대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는 정부 구성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공방을 주고 받으며 동상이몽을 드러냈다.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9일 북동부 우디네 인근에서 현지 기업가들과 유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서 유일하게 가능성 있는 정부는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부"라며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으로 이뤄진 정부가 들어설 확률을 51%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살비니 대표는 그러면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습의 대명사로 비난하며 그가 포함된 우파연합과는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를 겨냥, "국민이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거부와 호불호를 내려놓고 (정부 구성을 위한)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협상을 위해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에게 즉시 만남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 마이오 대표는 그러나 이 같은 살비니 대표의 발언을 즉각 일축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성운동이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정부를 꾸릴 가능성은 0%"라는 글을 올려,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성운동은 지난 5년 간 집권 세력인 민주당이나 동맹과는 정책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연대할 수 있으나, 베를루스코니의 FI가 포함된 이상, 우파 연합과는 연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오성운동이나 동맹과는 우리 정당의 정강이 양립할 수 없다"며 "국민의 뜻대로 야당으로 남겠다"고 일찌감치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을 탈퇴한 동맹의 결합이 현재 상황에서 정부 구성이 현실화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으로 꼽히고 있으나, 이 같은 시나리오도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살비니 대표와 베를루스코니 FI 대표는 앞서 8일 우파연합의 또 다른 축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와 밀라노 인근에 있는 베를루스코니의 호화 저택에서 회동, 금주 속개될 정부 구성을 위한 2차 정치권 협의에서는 우파의 각 정당 대표가 따로 따로 대통령을 만난 지난 주와는 달리, 공동 대오를 형성해 대통령과 한꺼번에 만나기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파연합의 결속과 단합을 강조하기 위한 이 같은 전략은 살비니 대표가 오성운동과의 연대를 위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버리고, 우파연합을 탈퇴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관측을 부인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우파 정당 4개가 손을 잡은 우파연합이 약 37%를 득표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우파연합 일원 가운데 동맹은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총선에서 18%에 육박하는 표를 획득, 관록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를 약 4%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우파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단일 정당으로는 오성운동이 32%를 득표,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어느 정치 세력도 과반 득표에는 실패함에 따라, 정부 출범을 위해서는 정당 간 합종연횡이 필수적이다.
한편,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4∼5일 이틀에 걸쳐 각 정당 대표들을 불러모아 정부 구성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어떻게 새 정부를 구성할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며 이번 주에 다시 면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정부 구성을 위한 2차 협의는 오는 12일이나 13일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9일 실린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는 "총선 재실시는 국가 전체적으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낫다"며 유럽연합(EU)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유럽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6월28일 이전에 새 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유럽이사회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 현재 유럽 각국의 난민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더블린 조약 개정 등과 같은 중요한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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