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병진노선 언급 없어…11일 최고인민회의서 관련 결정·입법 나올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9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남북관계 및 북미대화에 대한 대응방향을 제시했다는 북한 매체 보도가 나옴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정치국 회의에서는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발전에 대한 최고영도자 동지의 보고가 있었다"며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시고 금후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을 비롯한 우리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는 보고에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며…"라고 전해,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장소와 일자도 명확히 공개했다. 북한은 정상회담 일정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면서도 그동안 날짜나 장소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왔다.
이번 회의는 우리의 정기국회 성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6차 회의가 11일 개최되기에 앞서 사전에 의제나 주요 사안을 토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남북·북미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제시했다는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 내용만으로 보면 비교적 긍정적인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우선 이번 회의 보도에서는 핵 억제력 강화나 병진노선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당연히 비핵화 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조심스러운 태도가 읽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오히려 병진노선 대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 마련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작년 10월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이 "조성된 정세와 오늘의 현실을 통하여 우리 당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 한 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하여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가 핵무력 건설 완수를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당 정치국 회의에서 제시한 대응방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매년 4월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정기국회 격으로 예결산을 처리하고 내각 인사 문제 등을 주로 다루지만, 대외정책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도 이뤄져 왔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이듬해 4월 12기 7차 회의에서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하는 등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 보유와 관련한 법적 명문화 작업을 한 전례가 있다.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불거지고 미국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린 2003년 9월 제11기 1차 회의에서는 핵 억제력을 유지·강화하는 외무성의 대책을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과거 폐지됐던 최고인민회의 산하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키며 대외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일성 때인 1993년 4월 열린 제9기 5차 회의에서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을 채택하는 등 대남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지난달 31일은 병진노선 채택 5주년이었지만 북한은 관련 행사나 매체의 보도도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내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이러한 조치들과 관련된 결정이나 입법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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