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에서 대규모 개입까지 다양한 선택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떤 응징 조치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 유사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처럼 제한적 군사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아사드 정권에 더욱 큰 타격을 가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시리아 정국 자체를 변화시킬지 미지수이다.
미 사시지 애틀랜틱은 9일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4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 대규모 군사작전
트럼프 행정부 내 누구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과거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처럼 무력으로 전복시키고 시리아를 재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사드 정권, 특히 이란 동맹세력을 강력하게 응징할 필요성을 옹호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존 볼턴(현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이 시리아 동북부와 이라크 서부 지역을 떼어내 수니파 독립국을 따로 건설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볼턴은 당시 만약 이슬람국가(IS) 패퇴로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들이 세력을 회복하게 된다면 이는 러시아와 이란만을 만족하게 해줄 것이며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친미 아랍국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결과라고 일축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시리아 전문가 파이잘 이타니는 따라서 미국은 먼저 시리아에 대한 아사드(또는 이란)의 절대적인 장악을 용인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아사드의 시리아 장악을 용인할 수 없다면 미국은 보다 큰 군사력을 파견하고 지역의 대리세력과 우호세력들을 동원해 아사드 정권으로 하여금 권력을 분점하거나 아니면 그를 패배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타니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군사적 요소가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아직 아사드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남부지역에 군사 자산을 투입해 점차적으로 압박을 늘려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IS 퇴치에 주력하고 있는 사이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은 아사드 정권이 반군으로부터 시리아 대다수 지역을 장악한 만큼 아사드 정권을 곤경으로 몰아넣으려면 미국으로서 그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정권 당시 시리아 내전 초기에는 이것이 실현 가능한 목표였지만 이제는 시기적으로 늦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시리아 철군을 천명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한된 군사개입
1년 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해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과 같은 제한된 작전이다.
시리아에는 화학무기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공군정보부 등 제한적 군사작전 목표물이 널려 있으나 자칫 러시아나 이란이 얽히게 될 경우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제한 군사개입에는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단했단 반군에 대한 엄호작전을 재개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또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일부 지역에 대한 재건사업 지원도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작전은 아사드 정권 유지 비용을 증가시켜 평화협상 참여를 놓고 러시아와 이란 간에 내분을 초래할 수 있다.
아사드 정권이 결국 물러나고 이란의 영향력을 배제한 중앙집권 정부가 들어서는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다.
케이토연구소의 엠마 애쉬포드는 그러나 미국의 군사개입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만약 미국이 지난해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처럼 아사드에 대해 '소량의' 무력을 사용하면 화학무기 근절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과도한 무력을 동원할 경우 화학무기 사용 위험을 감소하는 대신 극단주의 반군 세력을 강화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 및 인도주의 개입
트럼프 행정부가 리스크가 큰 군사적 옵션을 피해 시리아 난민 수습이나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기피해온 것이다.
이번 두마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은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금지선(레드라인)을 가졌는지 의문에 해답을 내놓을 것이다.
미국과 동맹들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낼 의사가 없다면 아사드 정권 존속에 따른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시리아 정책은 내전과 아사드 정권의 탄압으로부터 시리아 주민들의 참상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군사적 철수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 적극 군사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회의적이다. 그동안 아사드 정권과 친이란 세력에 대한 군사행동을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단기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군에 징벌적 공격을 가할 수 있으나 이는 '최소한의 저항'을 표명한 데 불과하며 결국은 손을 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멜리사 돌턴은 트럼프 행정부가 ▲두마 공격에 동원된 공군기에 대한 징벌적 공습 ▲아사드 정권의 대량파괴무기(WMD) 배치를 지원한 국가에 대한 제재 ▲협상을 통한, 그러나 아사드 정권에 WMD 및 재래식 폭력 사용의 책임을 묻는 시리아 내전 종식 추진 ▲시리아 내 테러리즘 종식 및 안정화 추진에 대한 지속적인 다짐 등 복합적인 해결을 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테러리즘, WMD 문제와 함께 이란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함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