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야권의 총리 후보로 추대된 마하티르 모하마드(93) 전 총리가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중국의 대(對) 말레이 투자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10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5일 슬랑오르 주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의 대대적 투자를 받아 진행되는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과 관련해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 사업비가 550억 링깃(약 15조2천억원)에 이르는 이 사업은 중국이 공사비의 85%를 융자해 이뤄지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실수요를 고려해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면서 "스리랑카는 중국에 돈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많은 땅을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해 항구를 건설했다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에 최근 남부 함반토타 항의 운영권을 중국에 99년간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는 중국 부동산업체 벽계원(영문명 컨트리 가든 홀딩스)이 말레이 반도 남부 조호르 주에서 추진 중인 1천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신도시 사업도 국내 수요가 부족한 만큼 사실상 외국에 땅을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중국 기업은 현지인 고용과 기술이전에 인색하다면서 "우리는 투자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에는 중국 자본의 급격한 유입에 대한 말레이시아 국민의 불안감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수 년 사이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려왔다. 말레이시아는 작년 한 해 동안 547억 링깃(약 15조원)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으며, 이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집계됐다.
다만, 현지 정치권에서는 말레이 야권이 집권여당의 핵심 지지층이자 다수인종인 말레이계와 원주민의 뿌리 깊은 반(反) 화교 정서를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친중 정책을 펴면서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현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을 부추겨 조만간 치러질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 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달 7일 의회를 해산했으며, 이르면 내달 초 차기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말레이시아 사상 유례 없는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61년간 말레이계의 지지를 업고 장기집권해 왔으나, 나집 라작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의 여파로 입지가 흔들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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