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태 두 가지 메시지 주목해야

입력 2018-04-10 17:52  

[연합시론]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태 두 가지 메시지 주목해야

(서울=연합뉴스) 시리아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 의혹으로 중동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반군이 장악한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동(東) 구타 지역에서 정부군의 화학무기로 추정되는 공격이 일어난 것이 지난 7일(현지시간)이다. 이미 70여 명의 주민이 호흡곤란 등으로 숨졌고, 500명 이상이 사린이나 염소가스 중독증세를 보여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국제법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동원해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한 것이라면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되는 반인도주의적 범죄다.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공분하며 강력한 대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9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시리아를 지원해온 러시아와 미국이 격돌하며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그런 잔혹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중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이미 시리아 해안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지난해 4월에도 이번과 비슷한 화학무기 공격에 토마호크 미사일로 응징한 터라 아무래도 독자적인 군사보복 수순에 있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공분하고 규탄하는 것을 넘어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두 가지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수위로 대응할지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이번 사태는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취임하자마자 맞닥뜨린 첫 사안이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고 강경파로 바뀐 새 외교·안보 진용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여 명이 숨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만에 응징에 나섰다. 지중해에 배치된 함정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쏴 화학무기 공격의 근거지가 된 시리아 공군기지를 초토화했다. 이번에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이 확인되면 군사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결과는 비슷하겠지만, 의미는 더 강하게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의 철수를 거듭 주장해온 상황에서 군사보복에 나서는 것은 그간의 병력철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수하며 군사적 응징을 한다면 결국 볼턴 보좌관 중심의 새 외교·안보 진용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일 듯하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규모와 제조 역량은 화학무기금지협정(CWC) 당사국이 아닌 데다 검증 수단이 없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제사회의 추정치로 2천500t 이상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연대급까지 생화학부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무기 못지않은 위협을 제기할 수 있는 생화학 전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북한은 부인하고 있지만, 시리아에 화학무기 제조기술과 물자를 제공한 정황이 유엔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것도 알려진 것도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지금은 북한의 핵 폐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생화학무기 폐기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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