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고 가면서 중국에 더 밀착…"실리외교 위한 포석" 관측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의 강한 동맹을 거론하면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중행보를 보였다.
자신이 집권한 이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전통 우방 미국을 계속 안고 가면서 중국에 더 밀착해 경제적인 지원 등 실리를 최대한 챙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0일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보아오 포럼 참석차 중국 하이난(海南)성으로 떠나기 전 언론 브리핑에서 "나는 그야말로 시진핑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는 내 문제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한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나는 '고마워요, 중국'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긴장을 조성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필요할 때만 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지금 필리핀은 협력자로서의 중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이어 "우리는 그 전쟁을 100년간 연기할 수 있다. 그동안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교육과 식량을 제공할 자원이 필요하다"면서 중국과 필리핀 관계를 한줄기 꽃봉오리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으면 내 친구가 아니다"면서 "그래서 나는 돈이 많은 중국에 간다"고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보아오 포럼 기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두테르테는 반군과의 내전으로 폐허가 된 마라위 시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복구 지원과 필리핀 노동자에 대한 중국의 문호 개방 등을 기대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비서실장이 대독한 바탄반도 용맹의 날 기념식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필리핀 군인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함께 싸웠을 때부터 구축된 양국의 형제애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또 "오늘날까지 미국은 우리의 강한 군사, 경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때 적이었던 일본도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주요한 무역 파트너이고 가장 큰 공적개발원조(ODA) 국가라고 언급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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