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가 '봄 과일 왕좌'를 딸기에 내준 이유는

입력 2018-04-11 06:31   수정 2018-04-11 08:55

오렌지가 '봄 과일 왕좌'를 딸기에 내준 이유는

"1∼2인 가구 증가로 '먹기 귀찮은' 과일 안 팔려"
과도 필요없는 바나나·체리 매출 늘고 과도 필요한 사과·배 감소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전통적으로 3∼4월에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인 오렌지가 올해는 계절관세 철폐로 가격까지 싸졌지만, 판매는 도리어 부진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인 가구가 확산하면서 오렌지나 사과같이 '먹기 불편한' 과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일 현재 미국산 네이블 오렌지 10개 소매가는 9천444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 가격인 9천886원보다 4.5% 저렴하다.
이는 2013년 4월 9천75원 이후 4월 가격으로는 가장 저렴한 수준이기도 하다.
오렌지 가격이 이처럼 싸진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작년까지 5%였던 계절관세가 올해부터는 완전히 철폐돼 0%가 됐기 때문이다.
계절관세란 농산물의 국내 생산과 출하의 계절적 영향을 고려해 해당 품목의 수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국산품이 많이 출하되는 시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그 외 기간에는 관세를 철폐하거나 감축하는 제도다.
원래 미국산 오렌지에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기존 양허세율인 50%를 적용하고, 3∼8월에는 30%를 적용했으나 한미 FTA에 따라 이를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하다가 올해부터 완전히 철폐했다.
지난해 3∼8월 5% 적용됐던 계절관세가 철폐되면서 일선 소매점 판매가도 싸졌다.
이마트에서 지난해 4월 300g 내외의 미국산 오렌지 특대는 개당 1천200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4월에는 990원으로 가격이 17.5%나 하락했다.
하지만 이처럼 가격이 싸졌는데도 대형마트에서 오렌지 판매량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오렌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감소했다.
가격이 싸진 데다 판매량까지 감소하면서 최근 수년간 3∼4월 과일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오렌지는 올해는 딸기에 밀려 매출 순위가 2위로 떨어졌다.
이마트는 오렌지 가격이 싸졌는데도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가 갈수록 확산하는 먹기 편한 과일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일 소비에서도 '편의성'을 중시하는 현상이 확산해 딸기나 바나나처럼 칼을 쓰지 않고도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렌지는 손으로 까서 먹기가 힘들고 칼이 필요해 젊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도 다른 과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마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바나나가 사과를 제치고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바나나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반면 사과 매출은 10.4% 감소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지난해 주요 과일 품목을 '칼(과도)이 필요 없는 과일'과 '칼이 필요한 과일'로 구분해 매출 신장률을 비교한 결과 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 딸기, 체리 같은 과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수박, 배, 복숭아, 오렌지 등 칼이 필요한 과일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과일뿐 아니라 반건조 생선, 소포장 채소 등 별도로 손질할 필요가 없는 간편 식품에 대한 수요가 신선식품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YNAPHOTO path='AKR20180410127700030_01_i.jpg' id='AKR20180410127700030_0101' title='미국산 네이블 오렌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caption=''/>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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