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재배면적 감소지역을 새 주산지로 지목…통계청 "여러 연구결과에 나온다"
'주산지' 규정한 강원지역 사과재배 늘었지만, 경북 청송에 비하면 미미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통계청이 온난화로 주요 농작물 주산지가 이동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으나 일부 내용은 사실 분석보다는 해석을 앞세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계청은 10일 공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사과, 복숭아, 포도, 단감, 인삼, 감귤을 주산지가 이동하는 작물로 예를 들고서 감귤의 경우 과거 주산지가 제주였으나 이동한 주산지가 전남 고흥, 경남 통영·진주라고 규정했다.
온난화로 인해 감귤 재배지역이 북상한다는 설명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실린 숫자를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통계청은 197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시군구별 감귤 재배면적의 변화를 보고서에 실었는데 고흥의 감귤 재배면적은 1970년에 5.1㏊(헥타르, 1㏊=1만㎡)였다가 2000년에는 3.0㏊로 감소했다.
전남의 전체 감귤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21.8㏊에서 5.0㏊로 줄었다.
통계청은 감귤의 새로운 주산지(이동 주산지)로 고흥을 지목했으나 통계청이 제시한 통계에서는 이 지역의 감귤 재배가 감소한 것이다.
역시 통계청이 새로운 주산지로 꼽은 통영의 감귤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46.5㏊에서 29.0㏊로 대폭 줄었다.
통계청이 제시한 평균 기온을 보면 온난화로 인해 감귤 주산지가 이동했다는 설명과는 맞지 않아 보이는 지역도 있다.
1973년과 비교한 진주의 2015년 연평균 기온은 0.4도 낮아졌다.
진주는 1970년에는 감귤을 재배하는 곳이 없었고 2000년에는 감귤 재배면적이 3.0㏊인 것으로 조사됐다.
1970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감귤 재배면적은 각각 724.5㏊, 1천972.9㏊였는데 2000년에는 9천670.0㏊, 1만3천972.0㏊로 각각 늘었다.
설사 감귤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북쪽으로 확대했더라도 재배면적을 비교해 보면 제주도가 여전히 감귤 주산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작물의 재배지 변화에는 기후 변화, 소비 패턴 변화, 기술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후 변화 한가지 요인만으로 작물 재배의 변동성을 해석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단서가 보고서에 붙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내용에 비춰보면 국가 통계 기관이 사실보다 해석을 앞세운 자료를 냈다는 지적도 예상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온 상승이 작물 재배면적을 변화시킨 100% 원인은 아닐 수는 있으나 다른 연구 문헌 등을 살펴보면 (기후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며 "기후 변화를 비중 있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주산지로 꼽은 지역의 감귤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에 관해 "감귤을 자료에 넣으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재배면적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감귤 재배지가) 남해로 옮겨간 것은 여러 연구결과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의 주산지가 과거에는 경북 영천시였고 이동한 주산지가 강원 정선·영월·양구라는 통계청의 설명도 어색하다.
1970년과 2015년의 사과재배 면적을 살펴보면 영천(1천625.4㏊→707.4㏊)은 감소했고 정선(3.7㏊→141.8㏊)·영월(26.9㏊→104.7㏊)·양구(9.2㏊→96.4㏊)는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동한 주산지(정선·영월·양구)의 사과재배 면적은 영천보다는 여전히 작았다.
이동한 주산지로는 정선·영월·양구 대신 경북 청송군을 꼽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같은 기간 청송의 사과재배 면적이 155.2㏊에서 3천98.1㏊로 늘어 전국 최고의 사과 재배지가 됐기 때문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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