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 72%가 퇴사…피해자에게 근무중단 권리 줘야"

입력 2018-04-10 16:14   수정 2018-04-10 19:33

"성희롱 피해자 72%가 퇴사…피해자에게 근무중단 권리 줘야"
여성노동자회·송옥주 의원 주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방안' 모색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6명은 2차 피해를 겪으며, 10명 중 7명은 성희롱 사건 발생 후 퇴사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심각한 성희롱 2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근무를 정지할 작업중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지영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 10개 지부에 설치된 평등의전화 상담통계를 인용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평등의전화에 신고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중 2차 피해를 경험한 이들의 비율은 2015년 34%, 2016년 42.5%, 2017년 63.2%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4~2016년 상담한 성희롱 피해자 231명을 대상으로 2016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의 57%가 성희롱 문제 제기로 2차 피해를 겪었는데,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의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과 '집단 따돌림과 폭행·폭언, 그 밖의 정신적·신체적 손상'이 가장 많았다.
성희롱 피해자 중 조사 당시 해당 직장에 재직 중인 여성노동자는 28%에 불과했고 72%가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2%는 6개월 이내에 퇴사한 것으로 조사돼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호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성희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현행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일의 사례처럼 성희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작업중지권을 법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은 근로자가 직장에서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거나 명백히 부적절한 조처를 하면 근로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임금을 받으면서 근무를 정지할 권리를 가진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 지방노동관서의 고용평등과가 폐지된 후 고용상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해 근로감독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상실됐다며 고용평등과를 부활시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 2천734건 중 시정이 완료된 것은 307건으로 11%에 불과하며, 사법절차인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14건(0.5%), 사업장 내 책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359건(13%)에 그쳤다. 특히 2012~2016년 신고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중 기소된 사건은 단 2건뿐이다
이 사무국장은 "행위자 처벌이나 신고센터 운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임무인 법 위반사항에 대한 적발과 시정명령, 사업장 지도 점검 등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의 확충"이라며 일선 노동청에 고용평등감독관 1~2명을 배치해 이를 전담시키겠다는 정부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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