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구" 발언에 시진핑 "대외개방 확대·자동차 관세 인하"로 화답
낙관론 경계 시각 여전…"中조치 새로울 거 없어" vs 트럼프 돌변 가능성
(서울·홍콩=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안승섭 특파원 = 호전적 보복관세 난타전으로 치닫던 미중 무역갈등에 냉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를 집약한 '중국 제조 2025' 관련 1천300개 품목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고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 시진핑(習近平)은 똑같이 갚아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무역전쟁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았으나 며칠 새 분위기가 크게 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치명상을 줄 목적으로 미국의 '팜 벨트'(농장지역)와 '러스트 벨트(공장지대) 주(州)를 겨냥한 농축산물 및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카드까지 꺼냈던 시 주석이 10일 보아오포럼에서 유화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이런 제스처는 언제나 그렇듯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유화적인 제스처를 먼저 보인데 대한 화답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 고조 분위기 속에서, 적어도 미중 정상 간에 '교감'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거슬러보면 교감의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무역장벽을 허물 것"이라며 "세금은 상호호혜적일 것이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협상은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양국 모두에게 위대한 미래!"라며 "무역전쟁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는 항상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에 대한 압박 기조로 일관하던 그의 뜬금없는 낙관론의 근거와 진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와중에 그의 측근들도 약속이나 한 듯 앞다퉈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쏟아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토론을 이어가겠다"고 해 협상 가능성에 기대를 불어넣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중국은 진지한 대화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그렇게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혀 미중 협상을 통한 무역분쟁 해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중국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이런 기류 변화에 대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중 발언 수위를 낮췄다"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무역전쟁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YNAPHOTO path='PYH2018040907620034000_P2.jpg' id='PYH20180409076200340' title='트럼프 "중국 무역장벽 허물고 지식재산권 협상 성사될 것"' caption='(워싱턴DC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은 무역장벽을 허물 것"이라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협상은 성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br> 그는 지난 6일 뉴욕의 WA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우리는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로 인해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날 워싱턴DC의 트럼프 호텔에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
bulls@yna.co.kr'/>
이런 가운데 대미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아 왔던 시 주석도 화답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고위층은 물론 관영 언론이 보인 분위기로 볼 때 애초 10일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설을 통해 시 주석이 트럼프 미 행정부를 직접 겨냥해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주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 주석은 미·중 무역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대외개방 확대를 통해 무역분쟁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다.
시 주석은 "올해 자동차 수입 관세를 상당히 낮추는 동시에 일부 다른 제품의 수입 관세도 낮출 것"이라며 "중국 인민의 수요를 고려해 관련 상품의 수입도 늘릴 것"이라고 강조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확대 가능성을 열었다.
아울러 미국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한 개선도 약속했다.
외견상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에 중국이 크게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 양측의 이런 유화적 제스처가 대화를 통한 무역분쟁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성급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에버브라이트 쑨흥카이'의 중국 지사장인 조나스 쇼트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중국 내 주체들이 완전히 지배한 금융산업을 예로 들면서 "중국은 이미 뚜렷한 우위가 있거나 완전히 장악한 부문에서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해 "그가 언급한 대다수 조치는 이미 기존에 발표된 것이고 시 주석은 이런 조치들이 언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새롭고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아 세계 2대 경제 강국이 이르면 오는 6월에라도 무역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 관료 출신인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이 주최한 브리핑에서 "양측의 대화를 위한 어떤 계획도 없다"며 "미 정부는 중국의 의지와 결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연설이 양보안이 아니라면 미국과 차별화되는 중국의 정책 지향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해설했다.
WSJ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의제와 차이점을 부각하고 중국을 국제통상 질서를 준수하는 안정된 국제 파트너로 묘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선전 HSBC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전에도 보아오 포럼에서 많은 것이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진 건 별로 없었다"며 "중국이 더욱 개방됐다는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단지 선전 효과를 노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이 매우 개방적이고 투자자들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지금껏 그가 한 연설 들을 살펴보면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차이나마켓리서치 그룹의 설립자인 숀 레인은 "이번 보아오 포럼은 미·중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는 시점에 개최돼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과연 해외 기업에 문을 열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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