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직원 수사 의뢰 등 논란되자 직접 정리 나선 듯
공직사회 위축 막고 '인적청산' 아닌 '시스템개혁' 강조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 1호인 '적폐청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선 공직사회의 혼선이 감지되자 다시 한 번 적폐청산의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분위기를 다잡는 모습이다.
적폐청산이 자칫 '인적청산'으로 흘러 공직사회 전체가 위축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적폐청산의 최종 목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있음을 다시금 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책상 오류가 중대하면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정부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처별 적폐청산 TF가 조사 (적폐청산)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현안과 개헌 등의 이슈에 집중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날 발언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국정농단으로 규정하면서 실무직원까지 무더기로 수사 의뢰를 권고해 일부 논란을 빚은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국정화 추진 관련자 25명가량을 수사 의뢰하고 교육부 현직 공무원 10명가량에 신분상의 조치(징계·행정처분)를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권고했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에서는 책임 정도가 적은 일선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공직사회에 '보신주의' 풍토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각 부처가 운영하는 적폐청산 TF가 총 19개에 달하는 등 전방위적인 적폐청산 활동이 공직사회를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지적이 관가를 중심으로 도는 것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
적폐청산의 주체인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러한 여론이 팽배해진다면 결국은 적폐청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이런 혼란을 정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목적은 개인의 처벌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며 "정책상의 오류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 과정 일각에서 감지된 혼선을 바로잡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적폐청산에 따른 불안감이 공직사회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는 동시에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1호 공약'에는 자신감을 갖고 소신 있게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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