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인당 수 백만원에 튀니지 난민 밀입국…지하디스트 동반 잠입 가능성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검찰이 1인당 수 백만 원씩에 아프리카 난민들을 쾌속정에 태워 이탈리아로 입국시킨 호화 난민 밀입국 조직을 적발했다.
시칠리아주 팔레르모 검찰은 10일 쾌속선을 이용,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칠리아 섬으로 난민들을 은밀하게 실어나른 일당 13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해 이 가운데 7명을 붙잡고, 나머지 6명은 수배 조치했다. 이들 중 7명은 튀니지인, 5명은 모로코인이며, 나머지 1명은 이탈리아인이다.
일당 가운데는 서구 문화에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가짜 계정을 이용해 소셜 미디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을 선전한 지하디스트들도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법 당국이 입수한 도청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조직은 튀니지 해안부터 시칠리아 섬까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주파하는 쾌속선에 난민을 태우는 대가로 1인당 3천∼5천 유로(약 400만∼660만원)씩의 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성 높은 불법 사업을 벌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금액은 리비아 해안을 출발해 이탈리아 해안으로 향하는 조악한 소형 어선이나, 고무 보트를 이용할 경우 난민 1인당 내는 돈에 비해 4∼5배나 비싼 것이다.
하지만, 정원을 훨씬 초과한 채 항해하는 열악하고, 부실한 일반 난민선과는 달리 안전이 보장되는 데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뒤에는 경찰의 단속과 신원 확인 절차까지 피할 수 있어 형편이 어느 정도 되는 난민들에게 매력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 쾌속선을 타고 밀입국한 난민 가운데 지하디스트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팔레르모 검찰이 확보한 도청 자료에는 한 남성이 이번에 분쇄된 난민 밀입국 일당에게 "위험한 일을 수행하러 프랑스에 가려한다. 거기서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내역도 포함돼 있다.
한편,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중해를 건너 들어온 난민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한 6천161명으로 집계됐다. 입국 난민 가운데 국적 별로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이 1천551명으로 최다를 차지했고, 튀니지 출신이 1천187명으로 뒤를 이었다.
아프리카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다 목숨을 잃은 난민은 올 들어 현재까지 521명이라고 국제이주기구(IOM)는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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