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임 두터운 폼페이오, '정적' 힐러리에 조언 구해

입력 2018-04-11 01:40  

트럼프 신임 두터운 폼페이오, '정적' 힐러리에 조언 구해
12일 청문회 앞두고 역대 '선배' 장관들과 장시간 통화
대선 당시 '클린턴 저격수' 활약…벵가지 사건 끈질기게 추궁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렉스 틸러슨 장관에 이어 미국의 새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의회 인준 관문 통과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의회 지도부를 만나 도움을 청한 것은 물론 과거 하원의원 시절 자신이 앞장서 혹독한 비판을 가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도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폼페이오 국장은 최근 클린턴 전 장관에게 연락해 국무부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소식통은 "폼페이오가 클린턴을 포함해 전임 장관들과 장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는 자기 앞에 놓인 도전의 엄중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혹독한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외교사령탑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 '선배' 장관들의 고언을 청취한 것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무한 신임'을 받는 그가 트럼프와 치열한 대권 경쟁을 벌인 클린턴에게 손을 내민 것이 눈길을 끈다.
더욱이 대선 당시 폼페이오는 최일선에서 '클린턴 저격수'로 활약했다. 그는 클린턴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벵가지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다.
벵가지 사건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2년 9월 12일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4명이 숨진 사건이다.
공화당이 주도한 하원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는 2년여 활동 끝에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6월 700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클린턴 장관의 판단과 조치가 잘못됐다는 새로운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특위 소속이던 폼페이오는 클린턴이 카다피 정권 실각 과정에 큰 역할을 하고 이를 재임 성과로 삼으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리비아 영사관이 테러 위험에 안전하지 않다는 여론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클린턴이 벵가지 영사관을 즉각 폐쇄하도록 지시할 명백한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4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폼페이오에게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외교관들의 '엑소더스(이탈)'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구조조정과 개혁을 표방했으나, 이에 반발한 다수의 고위 외교관이 스스로 국무부를 떠나 '외교 공백' 논란을 낳았다.
폼페이오는 클린턴은 물론 민주당 상원의원 출신인 존 켈리 전 장관에게도 도움을 구했고,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하는 데만 치중해, 북한 핵 문제와 이란 핵 합의 등 중대 사안에 대한 트럼프의 '매파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며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또한, 공화당 소속 청문위원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마저 고문 옹호와 이라크 전쟁 지지 발언을 이유로 그에게 등을 돌려 인준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표결에서 만약 민주당 의원 전원(10명)과 폴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찬성 10표 대(對) 반대 11표로 인준안은 부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예 외교위 표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처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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