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평소에도 쓰레기 수거 대란, 부실한 대중교통 등으로 시민들의 인내심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하루 동안의 집중호우에 도시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또 다시 체면을 구겼다.
로마에는 9일(현지시간) 강풍을 동반한 100㎜의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시내 곳곳이 범람하고, 나무가 쓰러져 차량을 덮치는가 하면 가뜩이나 심각하게 팬 도로들의 상태는 더 엉망이 돼 주요 간선 도로가 차단되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 주요 일간은 10일자 지면에 물바다로 변한 도심의 사진과 함께 강풍에 부러진 거대한 나무로 인해 형편없이 부서진 차량들의 광경 등 아수라장으로 변한 로마의 사진을 게재하고, 로마의 재난 관리 능력이 집중호우 한 번에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제법 차오른 로마 도심 포폴로 광장의 사진을 싣고, "포폴로 광장이 베네치아처럼 변했다"고 꼬집었다.
몇 년 전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도심의 낙엽을 제대로 수거하지 않고 있는 로마에서는 쌓인 낙엽이 가뜩이나 노후한 배수 시스템을 막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몇 십 ㎜의 비에도 저지대가 물난리를 겪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테베레 강 옆에 자리한 포폴로 광장 인근의 플라미니오 지하철역에도 물이 들어 차는 바람에 낮 동안 내내 역사가 폐쇄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한, 평소에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거대한 나무들이 강풍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며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잇따랐다. 로마 남부에서는 부러진 나무에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아울러, 로마의 관문인 피우미치노 국제 공항도 강풍 탓에 이날 반 나절 가량 활주로 1곳이 폐쇄됐다.
이밖에 차로 곳곳에 패인 구멍들이 거대한 웅덩이를 형성하는 바람에 이날 로마 도심에서는 차량들이 종일 거북이 운행을 했고, 관광객들은 보도까지 차오른 물을 피해 다니느라 곤욕을 치렀다.
로마의 주요 간선 도로 1곳은 심각한 포트홀로 타이어 파손 등 차량 피해가 잇따르자 이날 급기야 전면 폐쇄됐다.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의 정치인 다비데 보르도니는 "비만 오면 밖에 나가는 게 전쟁이 된다. 새로 생긴 차로의 포트홀과 언제 덮칠지 모르는 나무들을 피해 다니는 일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며 도시 방재 시스템이 이 정도까지 악화된 것에 로마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오성운동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로마는 2016년 6월부터 오성운동 소속의 정치인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이끌고 있다.
로마 2천여 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변호사 출신의 라지 시장은 취임 한 지 거의 2년이 돼 가지만, 그동안 인사 난맥상과 측근의 부패 혐의 등에 시달리며 로마 시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왔다.
라지 시장 재임 기간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성운동은 지난 달 4일 실시된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급상승,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약진했으나, 로마에서 만큼은 5년 전 총선에 비해 지지율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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