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지향점 모르겠어…긴 안목으로 정책 결정해야"
교총 "개편시안 복잡한데 논의기간 부족"…전교조 "부실시안"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교육부가 11일 공개한 '대입제도개편 시안'을 접한 학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막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들에게 적용될 이번 대입제도개편안은 국가교육회의를 거쳐 8월 최종확정될 예정이라 학생과 학부모들은 4개월 더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중3 학부모 강모(50)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고 있었는데 '제안'만 잔뜩 담긴 시안을 보고나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충남지역 중학교 교사 박모(30)씨는 "대입제도가 어떻게 변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학부모들 호소가 매일 이어진다"면서 "교육정책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씨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는 것 등을 보고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가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근에는 정시모집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니 헷갈리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 중학생 학부모는 "교육정책은 긴 안목을 가지고 세워야 하는데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면서 "어떻게 결정해도 좋으니 한 번 수립된 정책은 크게 바꾸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중장기 교육정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3과 고2 아들을 둔 학부모 심모씨는 "첫째와 둘째의 대입제도가 다르다"면서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니 준비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교육이나 대입 관련 토론회를 챙겨본다는 심씨는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큰 틀에서 변화시켜야지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면서 "지금은 상황이나 정권의 입맛에 맞춰 변동을 주는 것 같은데 전반적인 틀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단체들은 학생·학부모 혼란을 초래한 교육부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작년 수능개편 시안은 사실 절대평가를 확대하느냐 마느냐 논의여서 비교적 단순했지만, 이번 시안은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전형 시기 등의 문제도 추가돼 복잡하다"면서 "그런데 8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해야 해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대입제도개편안을 확정할 국가교육회의에 교사나 교원단체 인사 등 교육현장을 대표할 인물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 시안이 매우 부실하다"면서 "지난해 수능개편을 유예하고 7개월이 지났지만 이후 벌어진 사회적 논란으로부터 한 발짝도 진전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대입제도 개편 기본원칙이나 방향도 제시 못 했다"면서 "교육부가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대입제도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어디에 두고 상충하는 가치 중 무엇을 우선할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지난해 정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며 차후에 고교교육 정상화와 미래인재양성 등 문재인 정부 교육철학에 부합하는 종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시안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교육부가)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구 국장은 "대입제도와 관련한 쟁점들이 이미 다 나왔고 논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교육부는 정공법을 택했어야 한다"면서 "여론의 비판이 두렵다면 정책수립 단계부터 철저한 여론조사로 학생과 학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반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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