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쓰고 나니 차가 '덜덜'…비싼 다른 중고차 강매

입력 2018-04-11 10:45   수정 2018-04-11 11:38

계약서 쓰고 나니 차가 '덜덜'…비싼 다른 중고차 강매

부천·인천 중고차 사기판매 일당 적발…131명 피해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중고차를 싸게 팔 것처럼 속여 피해자를 유인한 뒤 계약서를 쓰는 사이 해당 차량이 고장 난 것처럼 위장, 시세보다 비싼 다른 중고차를 사도록 강요한 일당이 무더기 검거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동공갈 및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중고차 판매업체 대표 이모(27)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딜러 홍모(47)씨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기 부천과 인천의 중고차 판매업체 15곳에 각각 소속된 이씨 등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31명을 상대로 14억원 상당의 중고차를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고차 허위매매 사이트인 CT CARZ, SK다이렉트카 등 2곳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중고차 매물을 올려놓고, "급매물이 나왔다"라며 피해자를 유인했다.
이어 현장에 온 피해자가 매물을 보고 구매를 결심, 계약서를 쓸 때 차량 대금의 10% 또는 100만∼2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아울러 '일방적인 계약 파기 시 계약금 환불 불가', '위약금 지급' 등의 특약조항을 수기로 기재하게 했다.
피해자가 건물 안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이 밖에서는 차의 연료 분사 노즐과 퓨즈를 빼놓는 일명 '덜덜이' 작업이 이뤄졌다.
차가 고장 난 것처럼 위장, 피해자가 차량 구매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계약서를 쓰고 나온 피해자가 차가 덜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 이씨 등은 계약금을 환불해 줄 수 없는 것은 물론 높은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시세보다 300만∼500만원 비싼 다른 중고차를 수차례 보여주고 구매를 강요했다.
반발하는 피해자에게는 온갖 욕설을 하고, 심지어는 주먹으로 가슴팍을 치거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20대 초중반의 건장한 체격에 문신까지 한 현장 딜러를 내세워 피해자들을 위축시키는 전략도 구사했다.
더욱이 생활법률에 어두운 피해자들은 먼저 작성한 계약서상 특약조항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기남부경찰청 광수대는 한국소비자원과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사례 및 수사 의뢰 32건을 취합하는 등 수사에 나서 이씨 등을 검거했다.
또 이들이 사용한 중고차 사이트 2곳을 폐쇄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덜덜이 작업 외에도 갖은 이유를 대며 추가 금액이 필요하다고 속여 비싼 값에 차를 팔았다"라며 "예상비용보다 비싼 값에 차를 사게 된 피해자에게는 할부중개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도록 하고, 불법 중개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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