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관의 삶에는 어떤 희생이 따르는지, 바람직한 가족이란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장편동화가 나왔다.
재미동포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한혜영(여·64) 씨는 11일 '영웅 소방관'을 국내에서 출간했다. 기존 동화들이 대부분 화재 현장을 중심으로 씩씩한 활동을 펼치는 소방관을 다뤘던 것과는 달리 이 동화는 소방관인 아빠가 화상을 입으면서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동화는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그루 아빠 박태양 소방관이 집 안에 갇힌 어린아이를 구하다 얼굴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는 것으로 시작한다. 괴물 같은 아빠의 얼굴을 본 아들 그루는 놀라 쓰러지고, 달라진 외모를 받아들이지 못해 좌절하던 박태양은 그루 외할머니가 딸의 장래를 걱정하며 심하게 몰아붙이자 집을 나가 소식을 끊는다.
6년 후 이름을 '박꿈'으로 바꾼 아빠는 아들이 다니는 태권도장에 나타난다. 선물과 먹을 것을 사 주면서 그루와 가까워지려는 박꿈 씨의 노력이 계속되자 흉측한 얼굴 때문에 경계심을 보이던 그루도 마음을 열어 간다.
선물을 얻어오는 아들을 보면서 의심을 하는 그루 엄마와 아빠가 세상을 떠난 줄로만 아는 그루도 박꿈 씨가 아빠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담뱃불로 지져 놓은 고양이 얼굴에서 그루는 어릴 적에 보았던 아빠 얼굴을 떠올리고 정신을 잃는다. 이후 고양이를 통해서 '노출 치료'를 받게 된 그루는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게 된다.
동화는 '비록 얼굴은 망가졌지만, 이 얼굴이 소방관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아빠와 '그까짓 얼굴은 별것도 아니야. 사람은 마음이 중요해'라고 맞장구치는 그루 외할머니와의 화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을 찾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한혜영 작가는 "부모와 아들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금 행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따뜻하면서도 눈물겨운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갖는 고충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한 한 작가는 '팽이꽃', '날마다 택시 타는 아이', '뿔난 쥐', '로봇이 왔다' 등의 동화와 '닭장 옆 탱자나무', '큰소리 뻥뻥' 등 동시집을 냈다.
함께자람, 136쪽, 9천800원. 그림 조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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