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시들고 인삼 줄기 꺾이고…이상저온에 농작물 냉해 속출

입력 2018-04-11 15:11   수정 2018-04-11 17:14

배꽃 시들고 인삼 줄기 꺾이고…이상저온에 농작물 냉해 속출
전국 농작물 2천㏊ 피해…"서리 막는 방상팬 가동하고 인공수분 늘려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7∼8일 전국에 몰아친 꽃샘추위로 배꽃이 시들고 인삼 줄기가 꺾이는 등 일부 농작물이 냉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꽃은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탓에 일찍 피웠다가 갑작스러운 이상저온 현상으로 피해가 컸다.
지난 8일 새벽 최저기온이 영하 2.4도까지 내려간 경기지역은 배 농가 절반 이상이 냉해를 볼 정도로 피해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남양주 배 재배 농가 400곳(351㏊) 중 절반을 웃도는 240곳(250㏊)의 배밭에서 배꽃 암술이 고사하거나 꽃봉오리가 흑색으로 변했고, 안성도 전체 배밭(932㏊)의 37.5%인 350㏊가 냉해를 봤다.

울산은 지난 7∼8일 최저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면서 울산 전체 배 농가면적(900㏊)의 35%를 웃도는 320㏊의 배밭에서 개화 중인 배꽃이 수정 능력을 잃는 등의 피해가 났다.
전국 4대 배 주산지인 천안에서 8일 새벽 성남·동면 기온이 영하 4.2도까지 떨어지면서 86㏊가 냉해를 본 것을 비롯해 충남에서만 논산(199㏊), 공주(93㏊), 부여(40㏊) 등 모두 418㏊의 배밭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섭씨 20도를 웃도는 고온 현상으로 싹이 웃자란 인삼도 적지 않은 냉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인삼 주산지인 전북 진안군의 경우 전체 인삼 재배면적(621ha)의 30% 이상에서 인삼 줄기가 꺾이고 색이 푸르게 변하는 피해가 났다.

인삼 줄기가 냉해로 꺾이면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사실상 고사한 것으로 본다.
사과 주산지인 경남 거창에서는 지난 8일 새벽 최저기온이 영하 7.5도까지 떨어지면서 과수원마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까지 사과꽃이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생육 부진으로 사과꽃 수정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경북 고령의 576농가(260㏊)가 재배하는 감자 싹이 얼었고, 전남 순천·보성 복숭아밭(63㏊)에서 복숭아꽃 암술이 검게 변색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8일 전북 장수 등 일부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가면서 전국 개화 중인 과수 등 농작물 2천176ha에 저온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배꽃의 경우 만개 시기가 4월 15∼20일인데,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이달 초부터 일부 나무의 꽃이 일찍 피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배꽃이 냉해를 당하면 암술 씨방이 얼어 수정이 힘든 데다 열매를 맺어도 발육이 부진하거나 기형이 되기 쉽다.
꽃봉오리가 맺는 시기인 3월 중하순이나 4월 초를 전후해 냉해를 보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개화 후에는 치명적이라는 게 농정 당국의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은 과수 농사는 꽃이 필 때부터 어린 과실이 맺히기까지 2∼3주가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늦서리 피해를 막기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저온피해 방지를 위해 스프링클러 등 살수시스템을 설치하고 서리를 막아주는 방상팬도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농촌진흥청은 강조했다.
냉해로 곤충 활동이 줄어들 경우 인공수분 횟수를 늘려 착과율을 높이고, 피해가 심한 포장은 비료 사용을 줄여 병해충 방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 상 국비 지원기준은 한해·수해·냉해 등으로 시·군당 50㏊ 이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로 정하고 있다.
단 50㏊ 미만이라도 연접한 시·군이 동시에 피해를 볼 경우 국비 지원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별로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남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 함께 현장지원단을 꾸려 점검 지도에 힘쓰고 있다"며 "과수농가는 저온 현상이 재발할 것에 대비해 기상예보에 귀 기울이고, 방상팬과 살수장치를 가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호천 노승혁 전창해 손상원 정경재 장영은 차근호 황봉규 양지웅 최수호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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