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아파트 폐비닐 수거 안 해…수거 업체-아파트 단가 조정 진통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윤태현 기자 = 폐비닐 수거 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인천의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폐비닐 수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인천지역 1천317개 아파트단지 중 폐비닐이 정상 수거되는 곳은 712개 단지로 54%에 불과하다.
나머지 604개 단지(46%)에서는 음식물이 묻은 오염된 비닐류를 빼고 재활용 가능 폐비닐만 수거하는 등 부분 수거가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인천시 집계와는 달리 실제로는 상당수 아파트에서 여전히 폐비닐 수거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이달 2일 수도권 48개 재활용업체와 협의해 폐비닐을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구 모 아파트 주민 주모(33)씨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종전처럼 재활용 폐비닐을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4월 1일 폐비닐 수거함이 없어진 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종량제 봉투에 비닐을 담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일부 아파트에서 폐비닐 수거 거부가 이어지는 것은 수거 업체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 수거단가 조정에 진통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중국 고체 폐기물 수입 여파로 수익성이 나빠졌다며 단가 조정을 원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 중에는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했는데 주민들이 피해를 분담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있다.
현재는 쓰레기 수거 업체가 폐비닐을 포함해 스티로폼·플라스틱·잡병 등을 모두 수거하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가구당 800원∼2천5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업체가 쓰레기를 치워주면서 아파트에 돈까지 주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업체에 넘기고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인데, 업계는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 만큼 아파트가 받는 수거단가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쓰레기 수거 업체 박모(63) 대표는 "사실 아파트들이 당장은 급한 마음에, 수거 업체로부터 받는 액수를 줄여준다 해도 얼마 지나면 또 옛날 단가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며 "아파트는 최고 가격 입찰을 하므로 업체들은 계약을 따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금액 단가를 높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업체들이 이번 폐비닐 수거대란 사태를 계기로 수익 기반을 확실히 다져 놓으려 단가 조정을 회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의 한 구청 관계자는 "폐비닐 수거를 거부한다는 민원 때문에 업체와 아파트 간 단가 조정을 중재했는데 업체 측이 협의에 미온적으로 나온다"며 "주민 불편이 커질수록 협상력이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건지 어쨌든 수거단가 조정이 쉽진 않다"고 했다.
인천시는 아파트와 수거 업체 간 단가 조정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되 협상 결렬 땐 구청 직접 수거 방식을 택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폐비닐 적체 민원 발생 땐 구청 기동반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수거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폐비닐 적체가 심해 구청에 수거 요청을 한 민원은 없었다"며 "시청과 구청에 비상 상황반을 운영하며 조속한 시일 안에 폐비닐 수거를 정상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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