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장소 결정의 숨은 변수…'김정은 전용기'

입력 2018-04-11 15:54  

북미정상회담 장소 결정의 숨은 변수…'김정은 전용기'
WP "김정은이 회담하러 가는 길에 제3국서 급유하면 난처할 것"
北전용기는 낡은 소련제 또는 중거리 비행용…대륙간 비행에 '의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5월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장소 선정이다.
판문점이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운데 북한에서 가까운 중국이나 러시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웅장한 무대를 만들 수 있는 미국을 예상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북미 양쪽과 무관한 싱가포르, 스위스, 스웨덴 역시 회담 개최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장소 선정에서 예상치 못한 중대 변수가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동 능력'이 바로 그 변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장소 문제가 김 위원장이 어떻게 그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하다가 중간에 급유를 하려고 제3국에 들른다면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고려할 때 어디에 들러 급유를 할 것이냐도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열악한 북한의 항공기 사정에 비춰볼 때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2월 북한 관영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탑승한 An-148은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사가 중거리 비행을 위해 만든 기종이다.
두 달 뒤 공개된 '김정은 전용기'(Air Force Un)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일류신(IL)-62 기종이지만 옛 소련 시절 제작한 낡은 기종이라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연식과 정기점검 부족 탓에 이 항공기의 비행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는 "그들은 태평양을 건너올 수 있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은 너무 낡았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 고려항공을 경험해본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항공 잡지 '에어웨이'의 발행인 엔리케 파레야는 "고려항공의 항공기 20여 대 중 극소수만 운항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2000년대 제작한 신형 모델은 전부 단거리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고려항공이 대륙간 비행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항공 전문기자 찰스 케네디는 WP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류신 기종은 러시아, 수단, 우크라이나 등의 국가에서 여전히 국가수반이 이용하는 중"이라며 "고려항공은 보잉 757과 비슷한 투폴레프 항공기 2대를 2010년 인도받았다. 이 항공기의 운항 범위는 3천 마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전용기'인 일류신-62는 평양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 거리인 5천900 마일을 충분히 운항할 수 있다고 케네디는 덧붙였다.
만약 자국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더라도 김 위원장이 다른 대륙으로 이동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담 개최국의 항공편을 제공받거나, 우방인 중국 또는 러시아의 항공기를 빌릴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와 맞대결하는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어 김 위원장이 꺼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나 러시아 항공기를 빌릴 경우 도청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장소는 문제가 안 된다. 한국이나 스웨덴이 김 위원장을 태워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건 난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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