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봉두레 개구리논 팀장 2010년부터 이어지는 '토종벼 사랑'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여명, 아가벼, 쇠머리지장, 각씨나, 버들벼, 자치나, 까투리찰, 족제비찰, 돼지찰, 대추찰, 졸장벼.
과거 농부들이 지은 토종벼의 이름은 제 모습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반면 현재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인공교배로 통해 만들어진 벼들에는 남선 13호, 남선 102호, 노린 8호, 노린 17호 등 마치 로켓이나 로봇과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사라져 가는 벼를 다시 우리 식탁에 올리고,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김영대(37) 한새봉두레 개구리논 팀장이 광주 대인시장에 작은 정미소를 열었다.
정미소의 이름은 '맑게 토종쌀을 키워 먹자'는 의미로 지은 자신의 별명 '맑똥'을 붙여 '맑똥 작은 정미소'로 지었다.
김 팀장은 이곳에서 멧돼지찰, 다마금 등 토종벼를 유통할 예정이다.
보존에 초점을 맞춰 농업유전자원센터 냉동고에 보관된 토종벼들을 직접 길러 기후에 적응할 수 있게 하고 한 끼 밥으로 맛볼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시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시골에서 가져온 한해 벼를 이곳 정미소에 보관하며 그때그때 찧어 가져갈 수도 있다.
김 팀장은 "토종벼를 보존하고 지키는 일을 어느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농부들과 함께 토종벼를 유통해 실제 소비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미소를 차렸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이 토종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 한새봉두레에 참여하면서다.
한새봉은 광주 북구 일곡동의 뒷산으로 무등산을 모산으로 군왕봉을 이어 삼각산에서 흘러나온 산줄기다.
황소처럼 생긴 산세를 따 황쇠봉으로 불리던 산이 세월이 지나 한새봉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이곳 산자락에서 한 노령의 농부가 2008년까지 벼농사를 짓다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자 동네 주민들이 힘을 모아 2009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해 10년째 도심 속 논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개구리, 도룡논, 소금쟁이, 풍년새우, 물방개 등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주민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해나가기로 하고 한새봉에 깃들어 사는 생물 중 하나인 개구리를 대표로 내세워 논의 이름도 '개구리논'이라 지었다.
김 팀장은 2012∼2017년까지 한새봉두레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다가 올해부터는 개구리논 팀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민들하고 경작하며 논 습지들을 보존하고 공부하다 보니 정미소까지 문을 열게 됐다"며 "사라져 가는 벼들을 가치와 의미를 다시 살리는 시작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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