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 AS로마 34년만 UEFA챔스 4강진출에 "로마는 축제"(종합)

입력 2018-04-12 00:26   수정 2018-04-12 07:03

대역전극 AS로마 34년만 UEFA챔스 4강진출에 "로마는 축제"(종합)

현지언론 "기적·전설"…기쁨에 겨워 분수 들어간 구단주 놓고 논란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34년 동안 기다린 마법의 밤.'(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AS로마가 대역전극을 쓰며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스페인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를 격파하고,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자 이탈리아 로마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AS로마는 11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펼쳐진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보스니아 용병 에딘 제코, 주장 다니엘레 데 로시, 1차전 자책골의 멍에를 썼던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3골을 합작하며 3-0 완승을 낚았다.
1차전에서 자책골 2골을 포함해 1-4로 패했던 AS로마는 이로써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거함'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34년 만에 챔스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되며 충격을 맛봤던 이탈리아 축구 팬들은 AS로마의 짜릿한 승전보에 모처럼 환희를 만끽했다.
1차전의 결과로 인해 극히 불리한 상황을 극복한 채 거짓말 같은 승리가 확정되자 스타디오 올림피코에 운집한 수 만 명의 관중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을 나눴다.
깊은 밤이었지만 로마 시내도 거대한 축제 현장으로 변했다. 차량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로마를 연고지로 한 AS로마의 승리를 자축했다. 일부 팬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AS로마의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기도 했다.
이탈리아 언론 역시 일제히 AS로마의 승리 모습을 1면에 싣고 AS로마의 역전극을 대서특필했다.

로마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34년 동안 기다린 마법의 밤"이라고 보도했고,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AS로마가 신화를 썼다"고 평가했다.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AS로마를 '황제'로 부르며 극찬했고, 일 파토 쿼티디아노는 "AS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AS로마의 구단주인 미국인 억만장자 제임스 팔로타는 경기 후 뒤풀이에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시내 한복판 포폴로 광장에 있는 분수에 뛰어들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분수에 들어가는 게 불법이다.
로마 시 당국은 트레비 분수 등 유명한 분수에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일이 끊이지 않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분수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코다콘스(Condacons)는 11일 성명을 내고 "젊은이들은 공공 유산과 역사적 유물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팔로타 구단주의 행위는 축구와 AS로마를 숭배하는 수 백 만명의 청소년들에게 매우 해로운 본보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로마의 상당수 문화 유산들은 흥분한 국내외 축구 팬들의 난동으로 종종 수난을 당하고 있다. 2015년에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원정 팬 500여 명이 로마 도심 스페인 광장에 자리한 배 모양의 바르카차 분수를 파손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팔로타 회장은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행위를 사과하고, 원칙에 따라 벌금 450 유로(약 60만원)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팔로타 회장은 또 이날 오후 AS로마의 새로운 전용 구장을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라지 시장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로마의 또 다른 유명한 분수인 판테온 신전 앞의 분수를 복원하는데 써달라며 23만 유로(약 3억원)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ANSA통신은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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