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포고령에 정면 불복은 안해…"장벽건설·체포작전 동원 안돼" 단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이민정책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제리 브라운(민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주(州) 방위군 병력을 배치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을 따르기로 했다고 미 언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멕시코 국경에 맞닿은 미국내 4개 주 가운데 애리조나, 텍사스,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미 방위군 병력을 국경에 파병했다. 이들 3개 주 지사는 공화당 소속이다.
마지막까지 결정을 미뤄오던 브라운 지사는 연방 정부의 이민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온 민주당 내 강경파 인사다. 일각에서는 브라운 지사가 끝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거할 것이란 관측도 나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후 처음 캘리포니아주를 찾아 "그는 좋은 친구지만 일을 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를 경영한 건 형편 없었다"며 브라운 지사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브라운 지사는 이날 약 400명의 방위군 소속 병력을 연방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국경 장벽 건설 작업에 동원돼서는 안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주 방위군 병력은 주지사의 통솔권 아래에 있다.
브라운 지사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마약 및 무기 밀매, 갱 조직원 밀입국 등을 단속하는 작전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지사는 "그런 범죄 위협에 대항해 맞서 싸우는 것은 민주당, 공화당을 떠나 모든 미국을 위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지사는 그러나 "분명히 할 점은 이들(방위군)의 임무에 장벽 건설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 또 폭력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 특히 여성과 아동을 구금하는 일에도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브라운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정면으로 불복하지는 않되 불법체류자 체포 작전을 배제함으로써 캘리포니아주가 표방하는 '피난처 주' 정책을 거스르지는 않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멕시코 국경에 주 방위군을 동원하는 포고령에 서명했으며, 미 국방부는 4천 명까지 병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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