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 겸 느림뱅이' 중년 아저씨의 뉴욕마라톤 도전기

입력 2018-04-12 09:29  

'게으름뱅이 겸 느림뱅이' 중년 아저씨의 뉴욕마라톤 도전기
'심슨가족' 작가 조엘 코언 에세이 '마라톤에서 지는 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 폭스TV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조엘 H. 코언은 먹고 마시는 것은 즐겼지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중년 남성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베스트셀러 '본 투 런'(Born To Run)을 읽고는 달리기, 마라톤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즈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도 건강에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됐다.
신간 '마라톤에서 지는 법'(클 펴냄)은 '이중턱도 모자라 트로피보다도 턱을 더 많이 가진 게으름덩어리'였던 코언의 유쾌한 뉴욕마라톤 도전기다.
책은 '심슨 가족'을 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시종일관 말장난과 위트로 가득하다. 서문의 첫 문장은 '2013년 뉴욕마라톤에서 우승을 놓쳤다'다. 저자의 당시 기록은 2만6천782등. 2만6천781등을 1초도 채 안 되는 차이로 놓쳤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괴롭다는 식으로 너스레를 떤다.
철인3종경기를 하는 사람들을 빗대 자신은 기껏해야 1종경기 인간이라며 솔직한 자기 분석을 한다. 양치하느라 30초 동안 작은 원을 그리며 손을 움직이기에도 게을러 전동칫솔을 샀지만 건전지가 다 닳았는데도 충전기에 칫솔을 올려놓기도 싫을 정도로 '게으르고', 손톱에 낀 때만큼도 빠르지 않은 '느림뱅이'다. 자신의 영혼의 동물은 '해변에 너부러진 고래'로 표현한다.
책은 이런 게으름뱅이이자 느림뱅이가 어떻게 처음 달리기를 시작해 훈련하고 결국 완주에 이르렀는지를 한 편의 코미디 영화처럼 풀어낸다.
달리기 첫날 걸어도 20분이면 되는 1마일(약 1.6km)을 15분 동안 뛰고 시뻘건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누워 죽기에 좋은' 장소를 찾았던 코언은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간다. 5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해 비록 유모차에 뒤지는 기록을 내긴 했지만 자신감을 얻고 달리기에 빠져든 그는 훈련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장비를 고르고 부상 관련 깨알 같은 팁들을 수집하며 마라톤을 준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말장난을 구사하던 저자였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에는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는 "살면서 다른 성취는 솔직히 팀의 일원으로서 행운과 우연, 그리고 재능과 끈기를 포함한 여러 무수한 요인에 기초해서 이뤄낸 것이지만 마라톤은 달랐다"고 말한다.
"그것은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였고 오로지 내가 훈련하고 헌신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었다.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나 홀로 이뤘음을 알기에 이 성취는 훨씬 더 대단했다. 진정한 승리였다."
김민수 옮김. 224쪽. 1만2천500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