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의 고언…"외교부, 위안부합의 '오답노트' 만들길"

입력 2018-04-12 10:25   수정 2018-04-12 10:27

전직 외교관의 고언…"외교부, 위안부합의 '오답노트' 만들길"
조세영 전 외교부 국장, 저서 '외교외전'서 위안부TF 활동 소회 밝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전직 외교관이 TF 활동의 뒷얘기와 한국 외교에 대한 고언을 담은 책을 펴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국제학부 특임교수는 최근 자신의 30년 외교관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낸 저서 '외교외전(外交外傳·한겨레출판·284쪽)'에서 3개 장에 걸쳐 TF 활동 내용과 소회를 소개했다.
조 교수는 작년 8월 TF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협상 경위에 관한 외교부의 설명을 통해 '비공개 합의'의 존재를 처음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책에서 밝혔다.
작년 12월 TF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외에 당시 정부가 위안부 지원단체에 대한 설득 노력을 한다는 내용과 해외 소녀상 등의 건립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비공개 합의'가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TF 회의에서는 비공개 합의 내용을 그대로 공개할지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비공개 합의가 존재함을 알게 된 이상 당연히 국민에게 공개해야 하며, 만일 TF가 비공개 합의의 존재를 알면서도 공개하지 않는다면 TF의 신뢰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는 의견과 "상대국 정부와 비공개하기로 약속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 외교적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선 가운데 치열한 논의를 거쳐 비공개 합의 내용을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고 저자는 밝혔다.
또 최종 위안부 합의문에 포함된 '불가역적' 해결 문구가 2015년 4월의 잠정합의에 삽입되자 '국내에서 반발이 예상되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당시 외교부가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는 '불가역적'이라는 용어의 효과는 일본 측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를 표명한다고 한 부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그 후 외교부는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의 문제점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그 표현을 삭제 또는 수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조 교수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외교부는 12·28 합의라는 실책에 대해 TF보고서와는 별도로 내부적으로 철저한 자기반성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외무성이 전쟁에서 패배한 후 외교적 과오를 분석하는 보고서(제목: 일본 외교의 과오)를 만들었듯 한국 외교부도 '한국 외교의 과오'라는 오답 노트를 만들어보기를 권한다"며 "위안부TF가 남긴 총 22회의 회의 기록을 참고하고, 외교부가 가진 모든 문서를 분석하면서 어디서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어떤 곳에 실수가 있었는지 정리해 보기를 바란다"고 고언했다.
그는 5개월간 TF 위원으로 외교부의 비밀문서를 살펴보면서 1980년대 말 위안부 문제가 처음 부각됐을 때부터 2014년 말까지 약 25년 동안의 중요 외교문서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그 의미와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상세한 일지 형태로 만든 두꺼운 책자가 존재함을 발견했다고 전한 뒤 "훗날 정식으로 비밀해제가 되어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게 되면 틀림없이 위안부 문제 연구를 위한 보석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12·28 합의의 주역들이 위안부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훌륭한 자료를 요긴하게 활용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며 "외교부가 이 자료를 만들어낸 담당자들처럼 치열한 열정을 가지고 위안부 문제에 관한 오답노트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또 비공개 합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정부는 국익을 위해 비밀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을 편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협상의 결과를 국민과 국회와 언론에 사실대로 알릴 것인지 아니면 비공개로 처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을 마치 외교당국에 주어진 당연한 재량인 양 생각하는 관성에서 하루속히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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