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냐 세계냐…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 갈림길 섰다

입력 2018-04-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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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냐 세계냐…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 갈림길 섰다
올리가르히 제재로 푸틴에 약발 먹히나…원자재 산업 타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버'가 한계점에 다다른 것일까? 그동안 서방의 각종 제재에도 끄떡없던 러시아 푸틴 체제가 지난주 미국이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을 상대로 제재에 돌입하면서 전례 없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타격을 받게 될 올리가르히 업체들에 단기자금 공급 등 긴급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으나 러시아를 비롯한 서방 경제계는 이번 제재가 이전 제재들과는 달리 러시아 경제에 대규모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등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 푸틴의 전례 없는 위기를 분석하는 가운데 한마디로 미국 텍사스주보다도 작은 경제를 가진 러시아가 슈퍼파워 행세를 하려다 한계점에 온 것이라면서 푸틴의 장래성 없는 경제가 그의 권력 위상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재에 뒤이은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이제 베네룩스 3국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2일 푸틴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면서 푸틴은 그동안 서방의 각종 제재에 오히려 공세로 맞서왔으나 최근 미 재무부의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올리가르히들이 이제 푸틴과 세계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은 올리가르히를 겨냥한 예기치 못한 미국의 제재에 당장은 속수무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재야 경제전문가 에프게니 곤트마케르는 NYT에 "러시아는 지금과 같은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전략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올리가르히는 올레그 데리파스카와 그의 알루미늄 업체인 루살(Rusal)이다. 제재 발표 이후 러시아 내에 6만 명의 직원을 가진 루살은 모스크바 증시에서 전체 주식 가치가 3분의 1이나 폭락했다.
러시아 최대 부호 가운데 한사람인 기술 재벌 빅토르 벡셀베르그도 제재 대상이다.
또 미 재무부가 제재에 이어 영국은행들을 상대로 7명의 올리가르히를 포함해 제재 대상에 오른 24명의 러시아인과 거래를 계속할 경우 커다란 벌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런던에 있는 올리가르히들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리가르히들은 이제 푸틴 정권과의 관계에 대해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올리가르히들은 그동안 푸틴의 정치, 군사적 조직이나 대외공작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왔으며 한편으로 푸틴 정권의 부패 시스템과 공모해 이득을 취해왔다.
이들은 심지어 푸틴 정권에 동조해 기업인을 살해하거나 자금세탁에 관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번 제재는 소수 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형식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의 핵심적인 원자재업체들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원자재업계에 강력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또 이미 제재에 직면해온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당장은 제재 대상 업체들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 정부가 문제의 루살을 사들인 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최저가로 판매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한편으로 그동안 올리가르히들에 자본을 러시아로 다시 가져오라는 푸틴의 캠페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러시아 경제를 약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재벌들을 제재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자산을 서방으로 유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벌들은 통상 러시아 정부와 충돌해 그들의 자산이 압류당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국제금융 시스템과 관련이 없다면 자금을 국내로 가져오려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러시아 자체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닌 만큼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미국의 공세에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설 수단이 거의 없는 경제 소국 러시아로서 제재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와 같은 기존의 분쟁지에서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러시아 측에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사전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 대응에 따라 상황이 더욱 큰 차원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전례 없는 제재로 곤경에 처한 푸틴 대통령이 우선 제재의 한 빌미가 된 시리아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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