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한 달 지나도록 집무실 안 비운 부산외대 전 총장

입력 2018-04-12 11:45  

사퇴 한 달 지나도록 집무실 안 비운 부산외대 전 총장
교수협의회 "'내 학교' 집념 버리고 간여 말라" 비판 성명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 2월 말 돌연 사임한 정해린 부산외국어대학교 전 총장이 사퇴 후에도 대학 집무실과 총장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하는 등 사실상 학교 경영에 손을 떼지 않고 있다고 교수협의회가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부산외대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2월 말 사퇴한 정해린 전 총장은 지난달 1일 신임 정기영 총장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본관 6층 총장 집무실을 이용하고 있다.

신임 정 총장은 임명 한 달을 넘겼는데도 기존 총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옆 회의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의 '위세'를 보여주는 다른 상징은 주차공간이다.
정 전 총장은 출근 시 본관 입구에 있는 총장 관용차 주차공간에 자신의 차량을 놔두고 있다.
신임 정기영 총장의 관용차는 정 전 총장 차량에 밀려 캐노피가 없는 건물 밖에 주로 주차했다.
문제는 집무실과 주차공간 이용뿐 아니라 정 전 총장이 총장 사퇴 후에도 교수 채용 때 출근하는 등 학교 경영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학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사퇴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정 전 총장이 비음용 지하수를 식수로 공급한 문제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학교 재단은 2월 이사회를 열어 정해린 총장 사퇴를 결정한 뒤 정 전 총장을 재단 이사로 임명한 상태다.
대학 설립자 정태성 박사의 아들로 7년 전 총장직에 오른 정 전 총장은 현재 부인이 대학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 전 총장의 아들 역시 조만간 대학에 입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기영 신임 총장은 "정해린 전 총장이 매주 수요일 대학 교회 예배 참석차 학교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전 총장이 아내가 사용한 재단 이사장실과 사퇴 전 맞붙은 총장실을 사용했는데 사퇴 이후 새 총장실을 만들어 제가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외대 교수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 "지난해부터 벌어진 학보 은폐사건, SNS 사찰 문제, 지하수 고발 사건, 직원 성적 조작, 가족 특혜 채용 등은 제왕적 총장의 무소불위 권한에서 비롯됐다"며 "이 모든 원인은 '오너' 총장의 부임에서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교수협의회는 "총장직을 물러나고도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총장실을 비우지 않는 것은 사립학교가 설립자 재산이라는 오만한 발상에서 기인한다"며 "정해린 전 총장은 학교 일에 간여하지 말고, 신임 총장은 '집사'가 아닌 '주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구 부산외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총장을 그만뒀는데 수시로 출근해 총장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총장보다 높은 '옥상옥'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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