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 부진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 지연, 일부 산업 구조조정 영향
금리정책시 향후 물가상승률을 우선 고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간 외환시장 개입내용 공개 논의가 "기조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외환 당국은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고용부진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일부 산업 구조조정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예상에 못 미치지만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에는 최근 물가가 아닌 향후 물가를 우선해서 고려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최근 원화 강세에는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 완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 원·달러 환율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변동하고 있다. 이에 더해서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 변화에 따라서 변동하는 모습이다. (한미간) 외환시장 개입내용 공개 논의와 관계없이 환율 정책은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급으로 결정되는 게 맞고, 단지 쏠림 현상 등 급격한 변동이 있으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노력하고 있다.
--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 미국 교역촉진법상 3가지 요건 중 우리나라는 2개만 해당해 법상 요건을 보면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고 계속 추이를 지켜보겠다.
--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완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 지난해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입국자 수가 많이 감소하고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음식·숙박업 등 관련 산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최근 한중 관계가 정치·외교적으로 개선되고, 3월 중 입국자 수를 보면 중국인 입국자가 다소 늘어나는 움직임이 있다. 앞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효과는.
▲ 금리 조정이 실물경제까지 미치는 파급 효과는 일반적으로 1∼2년 시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월 금리 인상 효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 금리를 조정하면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으로 파급 효과는 비교적 빠르게 나타난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 금리 상승을 통해서 대출 증가를 억제하게 되는데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소 누르는 효과는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성은.
▲ 최근 가계부채는 전반적으로 볼 때 증가추세가 둔화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현시점에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 높지 않다. 그렇지만 총량 수준이 높고, 증가추세가 둔화한다고 해도 소득증가율 웃돌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을 미리 억제할 필요가 있다. 당장 리스크는 아니더라도 중기적으로 봤을 때 잠재위험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 최근 단기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 최근에 단기성 투자자금이 들어오는데 우리 경제의 규모나 금융시장의 규모에 비춰볼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단기 외채 비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은 중장기 성격 비중이 여전히 높아서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단기성 자금은 시장이 불안할 때 곧바로 빠져나가 불안정성 키울 수 있으므로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조처를 할 준비는 돼 있다.
-- 외환시장 개입공개 논의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이로 인해 물가가 하락해 금리 인상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 외환 당국은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원칙을 고수해왔기에 외환시장 개입내용 공개논의 자체가 원화 강세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가 없다. 원화 강세가 되면 수입물가가 하락해 국내 물가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금리 인상의 여지가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외환시장 개입공개 논의가 기조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북 정상회담은 많은 리스크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여서 부분적으로 원화 강세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통화정책은 환율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등의 요인을 두루 감안해서 결정한다. 외환시장 개입공개를 포함해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향을 두고 한은이 기재부와 오래전부터 협의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 1분기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 기록했다. 축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 가격 상승 폭 둔화가 요인이다. 일부 공공요금 동결이나 하락도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로 가면 조금씩 높아져 1% 중반, 뒤로 가면 1% 후반으로 예상한다. 목표에 미치지 못하지만 금리를 결정할 때에는 장래 물가, 예를 들어 1년 후 물가를 더 우선한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1분기 실적이 당초 봤던 것보다 낮은 것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전망은.
▲ 미중간 무역 분쟁이 전면적인, 소위 말하는 무역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중국의 전향적인 자세로 그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협상 단계에서 다른 정치적 고려가 들어갈 수 있어 여전히 분쟁이 해소되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개인 의견으로는 전면적인 분쟁으로 확산하지 않겠으나 그렇다고 곧바로 해소되기 어려운 불안한 측면이 있다.
-- 고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쳤나. 고용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2월과 3월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10만명대에 그쳤다. 최근 고용상황에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2∼3월에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저조한 것과 관련, 금방 나타나는 표면적인 요인을 꼽으면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 지연, 일부 산업 구조조정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일시적 요인 외에도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우리 경제가 자본·기술집약적인 제조업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구조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고용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노력도 중요하고,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개혁 노력도 필요하다고 누차 말씀드린 바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론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서 고용을 조정하려는 요인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고용개선 지연은 일시적 요인이 상당 부분 가세한 점이 있고, 최저임금의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좀 더 데이터가 확인되면 따져볼 생각이다.
고용이 부진하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단기적 영향을 준다. 중장기적으로 고용부진이 장기화하면 인적 자본이 축적되지 못해 잠재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가계부채 증가에 금리 인하 영향을 받지 않았나.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부담 높아질 수 있는데.
▲ 가계부채 증가 배경에는 금리 인하도 작용한 게 사실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는 필연적이다. 금리 인하했는데 대출 늘어나지 않으면 인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 외에 주택시장의 규제가 완화하면서 그에 따라 늘어난 측면이 상당히 컸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시장의 규제 완화, 금리 인하가 같이 작용했다. 가계부채만 보고 금리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아니다.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금리 인상하면 이자 부담 늘어나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상환 능력이 양호한 층에 있다. 금리를 인상했을 때 이자 부담, 상환 애로가 걱정되는 것은 취약가구다. 취약가구의 이자 부담은 우려되는 대목인데, 다른 차원에서 대처가 필요하다.
-- 물가 수준이 낮으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
▲ 금리를 결정할 때 지금의 물가가 아닌 향후의 물가를 본다. 하반기에 가면 조금씩 높아져 1% 중반, 뒤로 가면 1% 후반으로 예상한다.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금리를 결정할 때에는 현재 물가보다는 장래 물가, 예를 들어 1년 후의 물가를 더 우선한다.
-- 정부 안대로 추경이 됐을 때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 추경은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 달라진다. 경상이전이냐 자본지출이냐에 따라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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